척 보면 건강이 보인다?: 안색(顔色)

안색을 통해 건강을 살피는 것은 매우 전통적인 한의학의 진단법이다.

흔히들 몸이 안 좋아 보이거나 아파보이는 사람을 보면 ‘안색이 나쁘다’라는 말을 하고, 또 반대로 컨디션이 좋아보이면 ‘안색이 좋아 보인다’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누군가의 ‘안색을 살피는 행위’는 이미 우리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상대방의 건강상태를 살피기 위한 방법으로 종종 쓰여지는데, 과연 여기에도 의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이는 한의학적으로 매우 일리가 있는 ‘망진(望診)법’이라는 진단법으로, 실제로 많은 한의사들이 이 안색을 살피는 법을 임상에 응용하고 있다. 여기서 실력이 좋은 한의사는 ‘척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러한 진단법을 통해 세밀한 병의 변화까지는 읽어낼 수 없겠지만, 적어도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병이 깊어지는 기미는 미리 눈치 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몸 안의 불균형은 얼굴색의 변화로 먼저 나타난다.

안색(顔色)이란 문자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는 색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인체 내부 장기 사이에 생긴 기질적, 생리적인 불균형이 얼굴의 색을 실제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을 문자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안색의 변화는 한의학의 근본 사상원리인 음앵오행의 법칙을 따라 나타난다고 보는데, 이를테면 심장은 불의 기운을 많이 담고 있어 심장의 상태변화는 얼굴에 나타나는 붉은 빛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심장기능이 좋은 사람의 안색은 밝은 선홍색을 띄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의 안색은 빛을 잃은 검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이렇게 얼굴에 나타나는 변화로 미루어 알 수 있는 우리몸의 상태 변화는 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얼굴색이 파랗게 변할 땐..

우선 안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한다면 간의 이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는 한방에서 간은 나무의 기운을 담고 있어, 간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징후를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안색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간이 피로에 지쳐 기능이 떨어질 경우 안색이 검푸른 색을 띄는데, 간염이나 중추신경 질환, 혹은 만성피로로 인한 간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여성의 경우 월경 불순으로 인한 어혈도 있을 수 있다. 이 때 신맛이 나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얼굴색이 붉게 변할 땐..

만약 안색이 붉게 변할 경우엔 불의 기운을 담고 있는 장기인 심장이나 소장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밤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꿈이 많이지는 증상에 시달릴 때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고혈압이나 류머티스, 심장 질환의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발그레한 뺨의 색을 혈색이 좋고 건강한 상태로 오인하기도 하는데, 젊은 10대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또한 이상 증후이다. 이런 경우 쓴맛이 나는 음식이 보통 도움이 되며, 특히 수수, 산나물 같은 음식들도 기운을 보호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얼굴색이 노랗게 변할 땐..

얼굴과 눈이 노란빛으로 변하는 증상, 즉 황달은 땅의 기운을 담고 있는 비장과 위장의 기운이 눌려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그 주 원인으로 나무의 기운을 담고 있는 간과 쓸개의 기운이 넘치는 것을 지목한다. 이를 목극토(木剋土)의 원리라 하며 이런 경우 간과 쓸개의 기능을 자극하는 신맛이 나는 음식은 피하고, 단맛이 나는 음식을(토종꿀같은) 섭취함으로서 조절할 수 있다. 기장이나 찹쌀도 많이 도움이 된다.

얼굴색이 하얗게 변할 땐

안색이 창백한 것(하얗게 질린다는 표현을 주로 쓴다)은 일반적으로 쇠의 기운을 담고 있는 폐와 대장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고, 한의학에서는 얼큰한 음식을 먹는 식생활을 권한다. 하지만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증상인 혀혈과 빈혈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럴때는 보통 입맛이 떨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 몸이 나른해 지는 증상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채식보다는 육식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얼굴색이 까맣게 변할 땐

만약 안색이 갑자기 까맣게 변할 경우에는 물의 기운을 많이 담고 있는 장기인 신장, 방광, 자궁의 이상을 의심한다. 이럴 경우 허리, 발목, 종아리에도 통증이 나타나거나 부종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콩이나 해조류, 젓갈, 게장등이 도움이 되며 단맛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안색이 까맣게 변하면서 다른 색도 같이 나타난다면 그 때에는 같이 나타나는 색과 연관된 장기의 이상을 먼저 의심하는것이 순서인데, 검푸른 안색은 간의 이상을, 검붉은 안색은 심장의 이상을 먼저 의심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