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는, 우렁도령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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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우렁각시를 아는가
민담이란 꽤나 가볍고 단순해 보이지만,그 민담속에 스며든 삶의 체취는 그리 만만하게 생각할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우렁각시”이야기는 다양하게 각색되어자신만의 처해진 현실로 독특하게 해석하는것도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관적인 것이 대부분일테지만……고로 오늘 내게 처해진 주관적인 현실은 간절이 “우렁각시”를 원하고 또 원한다.

모처럼 여유가 생긴 오늘, 나는 누군가를 만났다거나,쇼핑을 한다거나,아니면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면 더없는 하루였을테지만
때로는 따라주지 않는 몹쓸 체력이 에너지 가동을 멈춰 버릴때가 있다.
무심이 틀어진 TV만 정체모를 소음과 리듬으로 끊어졌다 반복했다를 하면서 나를 최면이라도 걸듯 끝없는 잠으로 밀어놓았다.
그러기를 여러번… 아련한 기억의 저편 유년 시절 추억이 지금 100% 똑같은 모습을 발견한다.
제법 정신을 차린 나는 아침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날의 스케쥴을 확인한 뒤 모닝 커피를 내리고,주섬주섬이 옷까지 챙겨 입었다.
그러기를 십여분쯤 지났을까?? 내 눈으로 확인된 시계의 숫자는 분명 썸머타임이 아닌데도 5:50분이었다.
황급이 Cell phone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하루를 아직도 남겨 놓은 저녁 5:50분인 것이다.나는 그저 멍~~~~~~~~~!!

우리는 가끔 꿈에서 봤을 법한 일들이 어쩌다 현실에 일어난다.
다만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언젠가 분명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라며 중얼거리는게 최선일뿐이다.
마치 “데쟈브(Dejavu)”같은……그런 묘한 일을 겪고 정신을 차리니 늦은 아침과 점심이 부족한 식사였는지 여지없이 꼬로록 난리 브루스 아우성을 친다.
그 아우성의 솔직함을 인정하지만,당췌,도무지,정말로,진실로,맹세코, 아무것도 하기싫다!!
정말 이럴때는 딱!!누군가가 내 입맛에 맞는 밥상을 차려 내줬으면한다.
그 전해져 내려오는 “우렁각시”처럼 말이다.
게다가 때아닌 한파로 소슬소슬 한기가 감도는 집안에 적당한 음식의 온기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그러나 현실은 배고픈 나의 처지와 고단함이 그냥 주어진 하루 만큼은 꽤나 익숙해진 생리적인 현상들을 애써 물리치지 않고 이미 내손은 스스로 가동 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일단 그나마 남은 찬밥을 정중히 데피우고,튼튼히 진공 포장된 귀한 장어하나 과감히 한마리 잡으시고,
눈물 콧물 흘리지 않을정도의 양파쪼가리를 채썰어 얼음물에 담가주면 얼추 그럴싸한 비쥬얼이 나오겠다.
어차피 가동시킨 에너지라면 뒷심을 발휘해보자.벚꽃이 절제되게 피어난 도자기 그릇에 오목하게 밥을 담고,
다랑어포로 우려낸 육수로다가 계란 풀어 몽글몽글 순두부처럼 만든 걸쭉한 계란탕을 한주걱 부어 촉촉하게 적셔주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실토실 오븐에서 장렬히 살신성신 하신 장어님을 꺼내어 한 그릇에 오롯히 담아놓으니 스스로에 뿌듯뿌듯 입가가 절로 실룩거린다.
또한 당당히 폼새 입게 올려진 장어 덮밥의 맛은 어떠한가.
캬라멜색으로 윤기 좌르르 흐르는 장어를 깊게 눌러 입안가득하게 음미 하다보면 우렁도령도 필요 없고
지금 이순간 만큼은 꼬소꼬소 세상이 내것이로다.
때로는 무엇하나 가진게 없을만큼 절박함이 있더라도 찐하게 감동된 절묘한 순간의 행복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거운 삶의 무게 정도쯤은 거뜬히 감당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