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칼럼에서 소개한 환자가 추천해서 내원한 50 초반 남성 환자의 증상은 등의 통증(흉추 6번에서 10번 사이)과 왼쪽 목, 왼쪽 어깨, 왼쪽 팔꿈치 통증이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10년 정도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정형외과 및 침, 마사지, 그리고 카이로프랙틱을 모두 시도해보았다고 한다. 옛날에 비해서 통증은 많이 줄어서 현재 생활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그동안 여러 의사들을 보면서 자신의 척추가 한쪽으로 휜 것을 알고 이것 때문에 계속 불편함을 느껴서 조바심을 내게 되고 운동을 하고 싶어도 상태가 악화될까봐 자신이 알고있는 몇가지 스트레칭 이외에는 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선 환자는 매우 마르고 키가 큰 편이었다. 큰 사고도 없었고 젊었을 때는 책을 많이 봤고, 지금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오피스 일을 한다고 한다. 서 있는 자세를 보니 머리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왼쪽 어깨가 위로 높이 올라가 있었다. 손으로 목 주위의 근육을 만져보니 왼쪽 머리와 턱에서 시작해서 왼쪽 견갑골, 그리고 왼쪽 쇄골에 붙어 있는 근육이 매우 짧아져 있고 그러다보니 목에 붙어 있는 근육의 힘줄이 땡기면서 통증점이 생기고 조금만 목을 눌러도 통증을 호소했다. 또한 목 뿐만 아니라 등과 허리 근육도 오랜기간 동안 긴장을 해서 근육의 탄력성이 없이 딱딱하게 짧아져 있었다. 척추 관절 운동성과 열검사를 통해서 경추 7번과 흉추 8번 그리고 요추 3번이 눌리면서 잘 움직이지 않고 관절에서 조금 열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몸이 매우 차가웠다. 환자를 자연스럽게 세워놓고 척추전신 x-ray를 찍으니 등이 오른쪽으로 휘고 목은 균형을 잡기 위해 왼쪽으로 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옆에서 보았을때 S자 모양으로 휘어 있어야 하는 척추는 거의 막대기처럼 꼿꼿하게 서있었다.
히스토리와 검사를 통해서 내린 진단은 나쁜 자세에 의한 척추 틀어짐과 목, 등, 및 허리 디스크 압박, 만성 근육 위축증이다.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가만히 있으면 몸무게가 척추를 누르면서 디스크와 신경을 압박하고 손상시키기 때문에 척추 주변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척추를 잡아주고 보호하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근육이 짧아지고 그 결과 힘줄이 땡기면서 몸에 만성적인 통증점이 생기게 되는데, 나쁜 자세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리 통증 치료를 해도 일시적으로 증상이 감소될뿐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만다. 즉 이 환자의 치료 목표는 단순히 아픈 것을 안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틀어져서 움직이지 않는 관절이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자세 운동을 시켜서 근육이 다시 늘어나고, 그 결과 막대기 처럼 꼿꼿한 척추가 부드러운 S자 모양을 조금씩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설명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알려주었는데 막상 교정을 해보니 척추 주변의 근육이 너무 짧아서 뼈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교정을 반복하면서 뼈가 자리 잡고 자세 운동을 통해 근육이 서서히 늘어나도록 해야한다. 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데만 2주에서 4주 정도가 걸리고 증상이 완화되려면 짧게는 2~3개월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근데 문제는 이 환자의 경우 자기 직장동료가 한 두번의 치료로 통증이 없어진 것을 보고, 그리고 본인의 카이로프랙틱 치료 방법인 Gonstead method를 인터넷을 통해서 다른 닥터가 시술하는 것을 비디오로 보고, 공부하고 왔는데 기대와는 달리 교정을 해도 증상이 바뀌지를 않자 치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보통 일반적인 증상을 위주로 치료하는 의학적 상식으로 보면 증상이 개선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치료를 시작한지 거의 3주가 되면서 대여섯번 치료를 했는데 증상이 똑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통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통증과 같은 증상만을 위주로 치료를 하고 근본 원인을 오랫동안 방치한 경우가 많다. 이런경우엔 원인을 찾고 치료를 실시해도 상태가 오래 악화가 되어 있고 뼈의 구조 및 근육에 변화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지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또한 상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증상이 생기거나 원래 가지고 있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마치 운동을 오랫동안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강도가 약한 운동이더라도 몸이 여기저기 아플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만성 통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일수록 치료를 의사에게만 맡기지 말고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화를 하면서 치료과정을 이해해야 치료도 꾸준히 할 수 있고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