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여성환자가 어지럼증(dizziness)을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환자의 어지럼증은 주위 공간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도는 느낌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다고 하였다. 환자는 전에도 여러 차례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어지럼증은 스스로 호전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예전에 생겼던 어지럼증과는 다르다고 하였다. 신경내과를 찾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환자는 어지럼증은 속이 미식거리는 오심과 구토등의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어 있었으나 매우 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지럼증으로 정상적으로 걷기에 매우 불편하였다. 환자를 진찰하였을때 환자의 안구(eyeballs)가 불규칙적으로 떨리고 있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이는 “불규칙 안진(irregular nystagmus)”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바로 환자의 어지럼증이 “중추성 어지럼증(central vertigo)”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신경학적 소견이다. 말그대로 환자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바로 중추신경계 즉 머리속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지럼증이란 주위의 공간이 자신이 생각하는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일종의 착각(illusion)이다. 주위에 대한 공간감각 정보는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과 더불어 입력된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공간 감각을 다루는 신경계를 바로 “전정계(vestibular system)”라고 하는데, 공간 감각 정보는 “말초 전정계(peripheral vestibular system)”를 통해 입력되어 “중추 전정계(central vestibular system)”에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진다. 어지럼증이란 다름아닌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이다. 다시 말하면 공간감각 정보가 입력되는 신체 기관인 귓 속의 전정기관, 시각계, 그리고 위치 감각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의 문제로 발생되는 어지럼증이 바로 “말초성 어지럼증”이며, 공간감각 정보를 분석하는 중추부위인 뇌의 대뇌, 소뇌 및 뇌간에 병변이 발생하여 생기는 어지럼증이 바로 “중추성 어지럼증”인 것이다.
어지럼증은 다른 말로는 현훈증(vertigo)이라고도 하며 매우 흔한 증상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인구 10명당 한명꼴로 어지럼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65세 이상에서는 인구의 30%에서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증가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