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의 건망증

50 대 중반의 여성 환자가 기억력 감퇴를 증상으로 필자를 찾아 왔다. 환자는 최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며 우려하였다. 환자의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평소 학생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였다. 환자는 또한 집에서도 평소와 매우 다르게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며 걱정하였는데, 최근에는 먹다만 아이스크림을 냉장고가 아닌 찬장에 넣어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치매가 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직장인 학교에서도 환자는 예전과 달리 본인의 업무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환자의 작업의 내용은 예전과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동료 교사들 또한 환자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환자의 문제는 눈에 띄지는 않은 듯 하였다.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거의 매일 30분 이상 공원 산책을 한다고 하였으며, 가끔씩 골프 치는 것을 즐긴다고 하였다. 환자는 수년 전에 고혈압으로 진단 받아서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불면증도 심해 불면증 약도 거의 매일 밤 복용하고 있었다. 환자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얼마전부터 생리 주기에 변화가 왔다고 한다. 환자의 생리 주기가 최근 들어서는 매우 불규칙적으로 되었으며, 거의 날마다 안면 홍조(hot flashes)가 생긴다고 하였다. 특히 안면홍조는 매우 심하여서 매일 밤 이 증상으로 잠에서 깨기가 일쑤라고 하였다. 환자의 가족 가운데 아버지가 수년전에 알쯔하이머 치매(Alzheimer’s disease)으로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아버지의 나이는 80세였다.

 

환자의 신경학적 검사에선 비정상적인 소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으며, 환자의 언어능력은 매우 유창하였으며,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 또한 어려움이 없었다. 환자는 치매 선별 검사라 할 수 있는 간이 정신 상태 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에서 30점 만점에서 29점을,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에선 30점 만점에서 26점을 획득하였다. 더 자세한 검사로 신경 행동 인지검사(Neuro-behavioral status examination)가 시행되었으며 그 검사 결과 또한 정상 범위에 있었다. 함께 내원한 환자의 배우자는 환자가 보이고 있는 문제와 관련한 여러가지 일들과 특히 환자가 호소하는 기억력의 문제를 확인 해주었으나, 자신도 또한 때때로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덧붙였다.

 

그렇다면 환자가 보이고 있는 기억력의 문제는 비정상일까? 흔히 신경과학적으로 기억(memory)을 의미적 기억(semantic memory)과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로 구분해서 생각을 한다. 지면 관계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지만, 본 환자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기억력의 문제는 주로 의미적 기억의 문제로 판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알쯔하이머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치매 증후군이 주로 일화적 기억의 이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필자는 환자의 문제를 결코 치매와 관련한 경도인지장애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태로 의심할 수 없었다. 또한 환자의 문제가 환자의 일상 생활, 구체적으로 직장 생활 및 다른 일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으므로 또한 이를 병적인 상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더불어 필자가 고려한 본 환자의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의학적 사실 중의 하나는 환자는 폐경기(menopause)를 겪고 있다는 점이었다. 폐경기에 나타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중년 여성의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본 환자의 경우 폐경과 관련한 여러 증상을 치료함으로 인지기능의 극적인 호전을 보였다. 신경내과 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 (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571-620-7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