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매매시 버려야할 기대

부동산 매매시 복잡해지는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에는 주택이라는 물질보다는 인간이라는 개체가 더 크게 작용한다.
많은 소비자들은 주태가격과 조건을 합의하면 ‘이제 끝’이라고 속단한다.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결혼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들이 다 해결된다고 믿는 순진한 사회초년생들은, 결혼은 냉혹한 삶이라는 현실에 부딪친다. 배가 고파도 사랑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꿈은 색바랜 그림책이 되어 버린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배우자와의 계약이행도 쉽지 않은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장한 바이어와 셀러가 순탄하기만 여정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수하다 할 것이다.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말은 “나라면 저렇게 안할텐데, 왜 저럴까요?” 즉, 상대도 나의 입장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이 없듯이, 비지니스 계약에서 인간적 편의나 도리를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 비지니스라는 존재는 피도 눈물도 없고, 그저 계약의 이행을 통한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간의 따뜻함은 온정과 마음의 훈훈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저녁식사에 가까운 친지를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헤어질 때 식사비용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지니스에 임하는 자세에는 구태여 비지니스 외에 따뜻한 인간미를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인간적 문제는 자신이 속한 민족에 따라 다양하기에, 특히나 따뜻한 한국인들에게는 냉정하게 모른척하기에 힘들수도 있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원활한 주택매매를 끝내기 위해서는 “왜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내가 가격을 깍지도 않고 셀러가 원하는 가격으로 계약했으면, 이런 작은 문제는 고쳐줘야 하는것 아닌가? 나라면 당연히 그럴텐데.” 결국 집 가격의 0.1%도 안되는 수리비에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는 것은, 인간적 실망 때문이지 합리적인 경제적 논리는 아닌 것이다. 경제적 논리는 $1000의 가치물건을 셀러가 $1001을 지불해야만 판다면, 바이어는 그냥 살것이다. 그러나 인간성으로는 $1000의 물건을 사기 위해서 3시간 운전해서 온 바이어를 위해서 셀러가 $990로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오히려 $1001로 판다고 하면, 화가나서 안사고 다시 3시간을 운전해서 돌아간다.

 

 

실상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기대를 버리면, 부동산 매매뿐이 아니고 하루하루의 모든 삶이 쉬워진다. 자신의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자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피도 나누지 않은 타인에게서 같은 입장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낭만적이 아닌가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