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타민을 먹어서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 수 있나?
일반인에게 알려진 상식과는 다르게 비타민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암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5년, 미국의 저명한 암 연구가인 콜로라도 대학 암 센터의 팀 바이어스 박사가 지난 10여년간 3만5천여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영양 보충제가 실제로 환자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부 환자들은 비타민을 먹는 동안 오히려 더 많은 암을 얻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13년 하버드 대학원에서 행해진 종합비타민 효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12년간 6천여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력 시험)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종합 비타민을 열심히 복용해 온 그룹과 가짜약을 복용해 온 그룹과 비교하였을 때 두 그룹에서 나타난 차이가 거의 무의미한 정도였었다는 것이다.
또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행한 연구 역시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섭취가 심장마비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 예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기서 흥미있는 점은 과일과 채소, 견과류처럼 음식에서 직접 비타민을 섭취해온 사람들에게는,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해 온 사람들에게서 나타나지 않은 긍정적인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몇년 전 ‘JAMA’라는 세계 3대 의학 저널에서 실시한 종합비타민과 각종 질병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의 연구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14,000 여명을 대상으로 종합비타민제를 11년간 복용한 사람과 가짜약을 먹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심장병과 뇌졸중의 발생률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종합비타민제를 먹거나 가짜약을 먹거나 암환자가 아닌 사람이 암에 걸리는 비율에서도 어떤 차이를 찾아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특정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결과를 연구팀은 내 놓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특히 비타민 E와 B는 특정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타민 E를 12년간 먹은 사람들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가짜 약을 먹은 사람보다 17%나 올라갔고, 비타민 B 복합체를 3년 복용한 심장질환자들은 심장병재발 비율이 22%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 3도 자연상태가 아닌 추출물의 상태로 섭취할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이는 오메가 3가 들어있는 등푸른 생선을 일주일에 두토막 이상 먹으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36%까지도 낮춰진다는 결과와는 매우 대조적인 결과이다.
비타민 무용론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물론 이러한 발표들에 대해 제약업계는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발빠른 후속 연구에 나섰지만, 이미 많은 이들은 이렇듯 몇 년사이 갑작스레 동시 다발적으로 등장하는 ‘비타민 무용론’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종합비타민제의 효능에 대한 갑작스런 최근의 연구 트랜드라기 보다는 최근 10여년간 과학계 안팍에서 꾸준하게 제기되어 오던 일종의 ‘화두’이다. 다만 그 결론을 확실하게 내리는 데 있어 긴 시간이 필요한 과학적 연구의 특성상, 지난 시간 계속 되어 오던 여러 역학조사에 대한 결과들이 동시적으로 발표되고 있을 뿐이다.
각종 영양소는 음식을 통해 직접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일단, 이러한 일련의 발표들을 쭉 종합해보면, 음식을 통해 골고루 섭취하는 영양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확실하지만, 이 음식들의 특정 성분만을(비타민, 미네랄) 추출하여 복용하는 것은 우리 몸에 거의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심지어는 예상치 못 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비타민이라는 것은 음식을 통해 자연상태 그대로 흡수되어야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간편하게 알약 한두개로는 별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몸에 독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각각의 성분보다는 궁합이 중요하다
도대체 왜 같은 영양소가 음식이 아닌 다른 형태로 섭취되었을때는 이렇게까지 효능이 달라져 버릴까? 이는 성분명은 동일할 지라도, 함께 복용하는 다른 영양소의 구성에 따라 우리 몸에 전혀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한가지 음식의 효능 자체 보다는,. ‘음식’사이의 궁합, ‘성분’사이의 궁합을 중시해 온 이유이다.
쉽게 말해 홍삼에 들어있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은 홈삼에 들어있는 상태에서만 홍삼안의 다른 성분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우리몸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분을 따로 추출하여 캡슐에 담는 순간, 이 추출된 사포닌은 홍삼 속에 다른 성분들과 함께 들어있는 사포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음식에 들어있는 비타민들이 따로 실험실에서 추출된 비타민과 전혀 다르게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는 위의 연구 결과들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