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다보면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올라갈 때는 목표를 두고 긴장하지만 정상에 서고나면 그 긴장이 풀린다. 인생도 그런걸까.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던 폴 매너포트 (Paul Manafort)의 유죄 판결을 보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갔던 인물이 쓸쓸히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다.
폴 매너포트는 지난 대선에서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 과거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등 쟁쟁한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 선거 전문가로 2016년 3월 트럼프 캠프에 영입돼 선거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미국영토 내에서 외국정부나 정치집단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할 때는 미법무부에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이 있으나 이를 어기고, 2006년부터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을 위해 공보자문으로 활동하고 불법로비활동을 하며 수천억달러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선거 중반 트럼프 지지율 추락으로 차츰 세력을 잃고 러시아 스캔들이 드러나며 사퇴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캠프와 러시아간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1호 기소’가 된 폴 매너포트는 2018년 8월 21일에 있었던 1심 재판에서 세금 및 금융사기 등 기소된 12건 중 8건의 혐의에 대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고, 9월 14일에는 유죄를 인정하고 Plea Agreement를 제출한 상태다.
특이하게도 기소된 12건 중 7건이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혐의였다. 나머지는 세금사기, 자금세탁, 거짓말과 위증 혐의 등이었다. 유죄 평결을 받은 8건을 다 합치면 최대 80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따르면 폴 매너포트는 세금 포탈을 위해 해외에 회사를 여러개 설립해두고 해외금융계좌를 통해 총 $75 million이상을 미국으로 들여왔고, 이 중 $15million을 자신 및 가족과 친척의 개인 사치품, 럭셔리 서비스, 수백억 상당의 부동산 구입 및 리모델링 비용 등으로 쓰는 등 호화생활을 누려왔다. 그러나 세금보고에는 해외금융계좌가 없다고 보고해왔다. 은행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여 $25 million 이상의 불법 대출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매너포트의 변호인단은 그가 이같은 행동이 불법행위라는 사실에 대해 몰랐으며 대부분이 주변인들의 행위라고 맞섰었다. 이 외 자금세탁 혐의와 불법로비활동에 대한 별도의 재판도 앞두고 있는 매너포트는 보석신청이 거부되어 지난 6월 수감된 후 재판을 진행중이다.
아마도 지금의 매너포트는 자신의 해외금융계좌를 미리 신고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미국 세법상 거주자라면 전세계에 있는 모든 소득을 보고하는 것은 물론, 해외금융계좌까지 신고할 의무가 있다. 신고만 하면 전세계 어디에도 본인의 재산을 둘 수 있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FBAR 즉 해외금융계좌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은 사실 1970년대부터 존재한 법이었지만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않아 십년 전까지만 해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법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대대적으로 바뀐 것은 2008년. 미국인들의 세금 포탈을 도와온 스위스 은행 관련 대형 금융스캔들을 시작으로 미법무부와 IRS 합작의 민-형사 사건으로 스위스 은행들이 미국정부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합의금과 벌금을 지불한 바 있다. 바로 그 이후로 해외금융정보를 상호교환하는 FATCA법이 2010년 통과하고 현재 활발히 실행 중이란 점에서 더이상 옛날처럼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산을 올라갈 때만이 아니라 정상에서도 건강한 긴장감을 항상 유지하는 고수들을 만나거나 그들에 관한 기사나 책을 읽을 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균형감’을 느낀다. 건강한 인성에서 나오는 균형감은 그들을 오랫동안 정상에 머물 수 있게 하며, 내려올 때 조차도 우아하게 존경받을 수 있게 한다. 한 때 쟁쟁했었던 폴 매너포트는 그 반대인 듯 하다. 영화감독인 그의 딸은 뉴욕법원에 이름 변경 신청까지 했으며, 부인과 가족의 예전 사진들이 미국 전역에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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