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 거의 끝나가는 계절에는 늘상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본다. 새해에 다짐했던 큰 목표들은 과연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었는가를 돌아본다. 그러면 종종 우리는 목표와는 전혀 다른 목적지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스스로의 자아(自我)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변의 환경에 좌지우지 되었던 것 같다.
40년전 고든 갤롭 교수는 거울을 보고 면도를 하던 중에 우연히 자아의 발견에 대한 간단한 실험을 생각하게 된다. 2살의 아이얼굴에 작은 빨간 스티커를 붙인다. 그리고 커다란 거울 앞에 아이를 놓는다. 아이가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에서 빨간 스티커를 떼어내면, “자신의 존재”인 자아를 인지하는 것이고, 거울속의 아이와 놀려고 하면 아직도 자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자아를 인지한다고 한다. 즉, 스스로의 존재를 깨우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30년이 지나도 종종 자아를 상실할 때가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주변환경의 요구에 의해서 행동할 때가 있다. 한달에 책 한권은 꼭 읽기로 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긴급한 프로젝트를 맡겨서 한달내내 수면시간도 부족한 경우, 오늘은 꼭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친한 친구가 생일이라고 파티에 오라고 하는 경우,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날에는 꼭 맛있는 것을 먹을 기회가 생기는 경우… 이렇게 얼굴에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일년을 지내다가 연말에 다시 거울 앞에 서게되면, 아직도 붙어있는 빨간 스티커에 다시 놀란다.
주택매매도 스스로를 인지하는 상태에서는 모든 결정방향이 쉽게 정해진다. 아이들도 모두 성장해서 분가한 상태에서 큰 집이 필요 없게된 셀러는 집을 파는 목적이 분명하다. 좋은 학군의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는 바이어의 결정방향도 쉽게 파악이 된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마주치는 환경에 우리는 종종 방향을 잃는 것이다. 내년에 집을 팔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소문, 금년에는 너무 집값이 올라서 내년에 다시 떨어질거라는 소문, Metro가 연결되면 가격이 많이 오를 거라는 소문 등등. 그렇다보니 당장 팔아도 되는 주택을 몇년 더 유지해야하는 경우도 생기고, 오히려 몇년 더 살아도 되는 집을 급히 매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거래를 하다가 단돈 $1000에 매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아는 사람의 근거없는 충고에 황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혼란한 회오리 바람에도 굳건한 자아를 파악하고 있다면 목표를 향한 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자아를 잃은 상태에서는 목표도 쉽게 바뀐다. 팔려고 내놓은 매물이 어느 순간 렌트용으로 전환하는 예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의 인생은 다행히도 하루라는 작은 단위로 연결된 큰 여정이다. 오늘의 나를 잃지 않으면, 매일 나를 확인할수 있다면, 하루가 한달이 되고, 한달이 일년이 되고, 그리고 결국 만족스런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