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와 소화질환의 관계

본인의 칼럼을 계속 읽어온 독자는 알겠지만 사람이 건강을 잃고 결국 병에 걸리는 이유를 모아서 나눠보면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먹고, 마시고, 숨쉬고, 바르면서 몸속으로 들어오는 화학적인 스트레스, 둘째로 대인관계, 경제활동, 사회활동속에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셋째로 넘어지고, 부딪히고, 잘못된 자세로 앉고, 서고, 움직이면서 받는 물리적인 스트레스이다.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잘안되서 더부룩하면 우리는 흔히 무엇을 잘못 먹었나 하고 그 원인을 화학적인 스트레스에서 찾는다. 물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거나, 너무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것이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그런데 소화장애는 그외에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물리적인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식탁위에서 말다툼을 하면서 밥을 먹거나, 고민이 많은 상태에서 밥을 먹으면 잘 체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인한 소화장애인데 그 원인을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때 사용하는 근육이 있으면 혈액과 신경이 그 근육으로 집중된다. 예를 들어 팔운동을 하면서 팔 근육을 자극하면 팔로 혈액이 몰려 팔근육이 커지는 것과 같이, 밥을 먹으면 음식물이 위를 자극하면서 위로 혈액이 몰리면서 위근육이 움직이고 소화액이 나온다. 그런데 만약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자극을 받으면서 혈액이 머리로 몰리게 된다. 단적인 예로 화가 나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바로 머리로 혈액이 쏠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밥을 먹으면 위로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척추가 나쁘면 소화가 안될 수 있다고 알고 있을까? 오늘 진료를 보는 중에 한 환자가 자기 남편이 역류성식도염으로 오랫동안 약을 먹었는데 이것도 척추와 관련이 있냐고 물었다. 그럴수 있다고 본인이 대답을 하니 어떻게 척추가 내장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냐고 환자가 되물었다. 쉽게 예를 들어서 척추를 편하고 쭉 펴고 숨을 쉬어봐라. 그리고 등을 굽어서 몸을 웅크리고 숨을 쉬어봐라. 척추를 펴고 숨을 쉴때 많은 양의 공기가 더 편하게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밥을 먹을때 몸을 잔뜩 웅크리고 밥을 먹어봐라. 밥이 잘 먹히지고 않고 금방 배가 더부룩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척추를 어떻게 펴냐에 따라서 폐로 공기가 어떻게 들어오는 것이 결정되는 것과 같이, 자세를 구부리면 우선 위가 압박을 받으면서 좁아지고 정상적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고 그 결과 소화액도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식도로 역류할 수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 자세가 구부정한 상태로 생활하기 때문에 이미 척추가 틀어지고 압박을 받는 상태에 있는데도 본인은 이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즉 본인은 자세를 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미 척추가 틀어졌으면 내장은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게 되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다. 신경학적인 관점으로 봐도 틀어진 척추 주변의 근육이 뭉치면서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뇌와 위를 연결하는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겨 소화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과거에 사람을 고문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척추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조그만 방에 사람을 가두어 놓는 것이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결국 죽게 된다. 한번 주변을 살펴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창살없는 감옥에서 목과 등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고 있는지를.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약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