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인류가 만든 최고의 통치이념으로 생각한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2천년이 넘게 계속 살아 남아서, 현대의 주통치 이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 민주주의가 최근에 다른 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2천년전 그리스에서는 오직 시민권 남자들에게만 투표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대의 민주주의와는 조금 다르다. 9년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표경선에 바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경쟁했다. 나는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적 경험과 영향력이 신참 상원의원 바락 오바마를 쉽게 이길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직장동료가 내뱉은 한마디에 ‘아하’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 동료 왈 “바락 오바마가 이긴다. 미국에서는 흑인 남자의 투표권이 여성의 투표권보다 먼저 합법화 되었거든. 흑인남자의 인권이 백인여자의 인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들 했었지” 민주주의에도 우선권이 있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부유상류층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접선거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한표와 거리의 부랑자의 한표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지적 모멸감에 가깝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최대 금융회사에서 작성한 경제분석 보고서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시스템의 오류로 보고 있었다. 어떻게 천만장자의 한표가 정부 영세민 보조금에 의지하는 사람의 한표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천만장자가 아닌 나에게는 참으로 불의한 사상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는 그 예를 쉽게 찾을수 있다.
유엔은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협력하고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는 기구이다. 그런데 유엔은 민주주의 모임이 아니다. 유엔에는 소수의 최고의 영향력을 갖춘 모임이 있다. 유엔 안보리라고 부르는 이 모임에는 5개의 상임 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 이사국이 모여서 인류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 투표로 선출되는 10개의 비상임 이사국들과는 달리, 5개의 상임 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은 안 바뀐다. 또, 아무리 이사국에서 다수표결로 통과된 의견도 상임 이사국중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부결이 된다. 이 시스템은 마치 로마 공화정의 귀족정치를 연상하게 한다. 상임 이사국의 입장에서는 세계경제, 정치, 군사력, 기술의 최상 최대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인류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어떻게 미국의 한표가 인구 4만명도 안되는 리히텐슈타인과 같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가족을 보면 쉽게 이해할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적에는 부모가 거의 모든 결정을 한다. 어느 집으로 이사할지, 무슨 차를 구입할 것인지, 어떤 가구를 구입할 것인지, 등등.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서 성숙해지면 가족회의를 한다. 이번에 새로 차를 구입하려는데 미니 밴을 살 것인가? 전기차를 살 것인가? 하이브리드를 살 것인가? 등등. 아이들의 의견도 이제는 부모의 의견과 같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국민들도, 국가들도 성숙해지면 그들의 의견이 소수의 기득층의 눈에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결정하는 행위는 어떤 방향에서 봐도 모순이 될 것이다.
부모의 자식사랑과는 달리 미국의 발전과 인류의 번영에는 하나의 장애물이 있다. 이기심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면서 자식의 성공을 뒷바라지한다. 그런데 기득층에게서는 아직 그런 사랑을 느낄수가 없다. 타인을 위한 사랑이 이기심을 이긴다면 인류는 더없이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을것이다. “천만장자, 억만장자 여러분,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