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출연 제안을 받고 소위 말하는 `밀당`을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난 뒤 2시간 만에 결정했다. 매니저에게 “제작사 쪽에 출연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달라”고 하자, 매니저는 “그렇게 빨리 말 안 해줘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엄지원은 “이렇게 여자 두 명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영화는 생전 처음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치 내가 지선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내일 와서 연기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마음이 들더라. 너무 좋은 책이라고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공효진이 한매 역할을 한다는 것도 끌렸다”고 덧붙였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이혼한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다. 이름도 나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보모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면서 시작되는 5일간의 추적이 담겼다.
엄지원에게 영화 `소원` 등을 통해 가슴 아픈 엄마 역할을 했으니 이번에도 힘들 연기일 것 같기에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물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내용이 마음에 전혀 걸리지 않았어요. `소원`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이렇게 힘든 역할을, 결혼도 안 한 내가, 감성적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좋은 작품에 내가 구멍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어요. 보석 같은 시나리오라는 생각뿐이었죠(웃음).”
엄지원은 이 영화가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발생할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한매를 추적하면서 한국 사회 속에 처한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그 안에서 밝혀지는 것들이 관객들에게 한국적 스릴러 형태의 것이 많아 흥미로울 것”이라고 몰입했다.
그렇기에 그는 영화에 많은 도움을 줬다. “같이 만들어갔다”는 표현이 낫지 않을까. 엄지원은 다른 영화들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했다.
엄지원은 “여성 관객들이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길 원했다. 그러면서 한매와도 맞닿은 면이 있어야 하니 조금 더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기존 `남자들 영화`에 반대편에 서 있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이제껏 참여한 작품들이 다 좋았고 재미있었지만, 남자 감독님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여자 캐릭터는 타당성이 부족하고 소극적이거나 비활동적이었잖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여성 감독님과 작업을 했는데 분명 다른 부분이 있었죠. 이번에 남자 캐릭터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일단 남자들이 다 비호감으로 나오잖아요(웃음).”
하지만 일부러 감독과 배우들이 그렇게 한 건 아니란다. 일례로 약간은 모자란 듯한 형사로 나오는 배우 김희원의 캐릭터는 배우 본인이 원했다. 엄지원은 “희원 오빠의 첫 출연영화인 `스카우트`에서 함께 나와 친해져 잘 아는 사이가 됐다. 오빠가 `미씽`은 긴박하고 긴장감이 있는 영화니 형사가 웃기는 지점이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누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엄지원은 `소원` 때보다 걱정이 덜한 듯 보였다. 그는 “`소원`은 나조차 선택이 오래 걸렸다. 주변에 자식 있는 사람들이 못 보겠다고 하더라”며 “따뜻하게 아이를 품어가는 영화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못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걱정보다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아하지만 기분이 좋다. 평가가 나쁘지 않아 행복하다”고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