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민진웅이 민교수를 사랑한 이유

min1

배우 민진웅(31)은 어디서 참 많이 본 얼굴이다. 드라마 ‘용팔이’에서 주원의 보디가드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영화 ‘성난 변호사’, ‘검은 사제들’, ‘동주’,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다.

이렇게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더해가고 있던 민진웅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 ‘민진웅’이라는 이름 석자를 깊이 각인시켰다.

‘혼술남녀’는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혼술남녀’의 마지막회는 5.8%(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민진웅은 ‘혼술남녀’에서 노량진 공시(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성대모사의 달인’ 민교수 역을 맡았다. 이제는 ‘혼술남녀’와 이별해야 하는 민진웅은 “헤어지자는 말도 만나서 해야하는 것처럼 천천히 정리하고 있다. 앞으로 동료들과 자주보긴 힘들겠구나. 막막하고 아쉽고 그런 감정이다. 포상휴가를 함께 다녀오고 난 뒤엔 진짜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아직 햇수로 데뷔 3년차. 늦었다면 늦은 연기자 데뷔다. 그의 스토리는 조금 특별했지만 스스로 “그냥 대한민국 일반 남자의 평범한 스토리다”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1학기 수시로 단국대 법학과에 합격한 민진웅은 어머니의 권유에 못 이겨 마지못해 다니게 된 연기학원 덕분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는 “제가 놀까봐 연기학원을 끊어주셨는데 다니다 보니 연기가 너무 좋아졌다. 너무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기 때문에 재수를 해서 다음 해에 한예종에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다니면서 데뷔가 늦어지는 자신을 보면서 조급함을 느끼진 않았을까. 민진웅은 “주변에 일찍 데뷔해서 이름을 알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잘 풀리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뭔가 나에게는 거리가 먼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연기한다면 언젠가 나이가 먹어서 날 불러주는 날이 있겠지 싶었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쯤에는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라며 전혀 그렇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그 나이에는 뭔가 되지 않을 거라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거라는, 빨리 나설 수 없을거라는 막연한 미래가 주는 암담함이 있었다”라며 조금은 무거운 얘기를 편안하게 전했다.

이런 여유가 배우 민진웅을 만든 동력이 아니었을까. ‘혼술남녀’ 속 민진웅은 초반 각종 성대모사로 말그대로 시청자들의 ‘시선강탈’을 하더니, 극 후반에서는 슬픈 사연으로 시청자들을 눈물바다에 빠지게 만들었다.

역대급 연기에 칭찬이 이어졌지만 민진웅은 “연기를 잘 했다고 해주시는데 잘 모르겠다”며 칭찬에 부끄러워했다.

그가 ‘혼술남녀’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수업 중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지 못하고 끊은 장면이라고.

극중 민교수는 수업 중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요양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고, 결국 문자로 어머니의 임종소식을 접했다. 평소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를 매일 찾아가며 지극정성인 효자의 모습을 보였던 그였기에 더욱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는 “다들 자기 일하는 사람들은, 꼭 일이 아니어도 공적으로 집단에 속해있어 개인사를 미뤄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장면 자체가 주는 안타까움이 강했다”고 말했다.

민진웅 역시 민교수가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와이프가 아픈가보다 하고 짐작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큰 삶의 무게를 얹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장례식장 대본을 읽었을 때 가슴이 아팠지만 ‘민교수 이사람 참 좋다. 연기하게 돼서 행복하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열심히 대본을 읽고 준비하고 노력했다”며 이제는 떠나보내야할 민교수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혼술남녀’를 통해 또 한걸음 진짜 연기자를 향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민진웅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깊이 있는 울림. 그가 민교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시청자들이 민진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저의 은사님은 학원선생님이세요. 두 분 이신데 한분은 안타깝게도 돌아가셨어요. 선생님들 덕분에 항상 즐겁고 건강하고 밝은 사춘기 시절을 보냈어요.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지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술남녀’에서 종류는 다르지만,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