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60대 중반 백인 여성이 로펌 사무실을 방문했다. 개인 납세자치고는 미연방 세금이 상당히 많이 밀려 있는 상태였다. 수십 만 불의 세금 빚이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보통의 삶에서는 드물지만, 여기서는 지나칠 정도로 많다. 세금 빚에 허덕이다 도저히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만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는 세금 사건들의 현 상태와 해결법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순서를 마련해 두었다. 일단 위임장을 제출해 연방 정부의 트랜스크립트부터 다운로드 받아서 전체 세금 빚과 벌금 이자 금액 및 파일링이 필요한 과세연도를 알아낸다. 징수권 시효가 언제 소멸하는지도 확인한다. 항소권리가 발급되었는지 혹은 소진되었는지도 알아낸다. 세금 린 (tax lien), 즉 선취득권을 국세청에서 거주지역 카운티 정부의 등기소에 이미 제출했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총합하고, 고객 납세자의 현재 재정상태를 최대한 빨리 분석한 후 가장 최적의 해결방법으로 고객과의 합의 하에 국세청에 제안할 제출 자료를 준비한다.
테이블 건너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왜’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설명하는 그 백인 여성에게서 젊고 부유한 세월을 보낸 흔적을 보았다. 하지만 치명적 교통사고를 당하여 6번의 척추 수술을 받으며 수술비 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혼 과정도 수월치 않아 이혼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본인 소유의 집을 급매 처분해야 했다는 얘기도 했다. 다시 일어서 보겠다고 노력한 끝에 원하던 직장을 잡았지만 의료 합병증으로 병원 입원을 거듭하자 결국 직장에서도 해고를 당했다. 불굴의 의지로 재활을 거쳐 대학원으로 진학해 커리어 전환을 꿈꿨으나 재정적 안정은 커녕 생활은 어려워져만 갔다. 자녀의 대학 학비와 연세 드신 친정어머니에게 빌린 돈, 늘어나는 대출금 관리로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미 lien이 걸린 세금은 그대로 남아서 그녀를 괴롭혔다. 최근에 옮긴 직장에서는 장시간 근무로 인해 척추전방전위증이 악화되어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계단에서 넘어지며 외상성 뇌 손상까지 와서 현재는 아르바이트 정도로만 생활비를 메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정도 사실관계라면 아무리 많은 세금 빚이라도 탕감 신청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통 이런 생활고를 맞이한 납세자들의 은행계좌 및 증빙자료는 퍽이나 허술하다. 은행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현금으로 생활하거나 가족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살기 때문에 생활비 지출 내역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로펌에서 세금액조정제안서 (Offer in Compromise)을 제출하고 탕감을 성공시킨 고객 중에서도 증빙 자료가 부족한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부분 조차 국세청의 매뉴얼을 이용해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상황임을 증명하고 이를 설득할 자료를 제출해 충분히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화려하게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있었더라도 지금 수입이 형편없이 줄거나 사업체를 접고 소셜 연금 정도로만 생활하고 있다면 밀린 세금 빚을 분명히 해결할 수 있다. 일단 국세청 세금 빚을 해결하여 일단락 되면 은행을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소셜 연금에 대한 차압 걱정도 없어진다.
Sammy Kim
Attorney at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