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에서 30년째 사업을 해온 한인 사장님이 있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해 영업도 배달도 직접 뛰었고, 주말이면 밀린 장부를 붙들었다. 회사가 스무 명 규모로 자리를 잡는 사이,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아들이 회사에 들어왔다. 처음엔 아버지에게 배우던 아들이 어느새 아버지보다 회사를 더 잘 아는 순간이 왔다. 일흔을 앞둔 아버지가 말한다.“이 회사, 이제 네가 맡아라. 주식은 그냥 네 이름으로 돌리면 되지?”
가업 승계, 먼저 ‘가치’를 정해야 한다
미국 세법은 여기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에게는 평생을 바친 ‘내 회사’지만, IRS에게 그 주식은 값이 매겨지는 ‘재산’이다. 대가 없이 넘기면 증여다. 그리고 곧바로 더 어려운 질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이 회사는 얼마짜리인가?”상장회사라면 오늘 주가를 보면 된다. 하지만 30년 키운 비상장회사에는 가격표가 없다. 자산과 부채, 수익의 흐름, 앞으로 벌어들일 힘까지 따져 공정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를 산정해야 한다. 가족기업 승계의 첫 단추가 기업가치 평가(valuation)인 이유다.
얼마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을까
다행히 정부가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2026년 기준 미국 연방 평생 상속·증여세 면제한도는 1인당 1,500만 달러다. 3천만 달러짜리 공동 쿠폰 한 장이 아니라 1,500만 달러짜리 쿠폰 두 장인 셈이다. 부부는 각자의 한도를 따로 가지고, 생전에 사용한 만큼 훗날 쓸 수 있는 한도는 줄어든다. 연간 증여세 면제액(annual exclusion)은 받는 사람 한 명당 1만9천 달러다.
1천만 달러짜리 회사 주식을 외아들에게 준다고 해보자. 과거에 평생 한도를 쓴 적 없는 부부가 요건을 갖춰 증여분할(gift splitting)을 선택하면 부모가 각각 500만 달러씩 증여한 것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연간 면제액을 제외하면 각자 약 498만1천 달러가 평생 한도에서 사용되지만, 당장 낼 연방 증여세는 0달러가 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증여하면, 신고는 어떻게 할까?
그렇다면 세금이 0이면 신고도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이 정도 규모의 증여는 Form 709로 신고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제출하는 하나의 Form 709는 없기 때문에 증여분할을 선택하더라도 각 배우자의 신고 의무와 동의 절차를 따로 챙겨야 한다.
비상장 지분이라면 “1천만 달러”라는 숫자만 적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지분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했는지 밝히고 그 근거가 되는 평가자료도 갖춰야 한다. 증여 내용과 평가방법을 IRS가 검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개하면 일반적으로 추가 과세에 대한 3년 시효가 흐르기 시작하지만, 신고하지 않았거나 공개가 부족하면 그 시계가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 Form 709는 세금을 내는 절차이기 전에 증여의 내용과 가치를 기록해 두는 절차이기도 하다.
지금 넘길 것인가, 나중에 남길 것인가
회사가 커질수록 이 차이는 벌어진다. 가치가 300만 달러일 때 넘긴 지분과 10년 뒤 1,500만 달러가 된 회사의 같은 지분은 전혀 다른 숫자가 된다. 그래서 승계의 질문은 “누구에게”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제, 얼마일 때, 한 번에 넘길지 여러 해에 나눠 넘길지, 경영권은 언제 넘기고 다른 자녀와의 형평은 어떻게 맞출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땐 이런 고민을 할 틈이 없다. 월급날을 맞추고 살아남는 게 먼저다. 그렇게 20년, 30년을 버티고 나면 새로운 숙제가 찾아온다. 키운 회사를 어떻게 잘 내려놓을 것인가. 미국 세법은 그 순간 회사의 가격을 묻는다. 아버지는 아마 다른 것을 묻고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이 회사가, 나 없이도 잘 갈 수 있을까.” 좋은 승계란 그 두 질문을 은퇴하기 훨씬 전부터 함께 묻기 시작하는 일일 것이다.
Sammy Kim 변호사는 워싱턴 D.C. 와 버지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세금 전문 변호사입니다. 개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IRS 나 주정부와의 세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6 년부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주간 세금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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