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에 생기는 병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개는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거나 확실히 인지가 가능한 외상 후에 급격히 진행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서서히 진행한다함은 퇴행성 변화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서서히 무릎이 아파져서 잘 못 걷는 상황이 와서 검사를 해보니 퇴행성 관절염이 나왔다 라는 것이 아주 전형적인 예가 될 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비교적 젊은 중년이나 청년기에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가 축적이 되어 서서히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이 역시 그리 드물지 않은 관절 통증의 예가 된다.
위에서 말했던 두 번째의 경우라면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운데 노인이 넘어졌다거나 젊은이가 축구같은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관절에 통증이 왔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두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관절 질환도 있다.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관절이 아파지는 경우이다. 그냥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고 퉁퉁 붓고 아파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게 되면 환자는 상당히 근심할 수 밖에 없다. 원인이 무엇인지 위의 사례들과는 달리 전혀 짐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원인들로서 유명한 것은 감염성 질환이나 류마티스 혹은 대사성 질환들이 있다. 감염성이라고 한다면 쉽게 말해서 균이 관절내부에 침투해서 증식하면서 고름을 만들고 염증을 만드는 것이다. 녹농균, 폐렴구균, 매독균, 임질균, 수막구균, 포도상 구균 등의 다양한 균들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관절에 침투해서 부기와 통증을 초래하게 된다.
주의할 점은 이미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이런 세균의 침입에 의한 관절염에 더 취약하므로 통증이 더 심해지고 관절이 더 아파지는 경우 단순히 기존의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악화되었다고 쉽게 단정하면 안된다.
또한 류마티스성 관절염 외에도 기존의 당뇨환자, 암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받는 경우, 만성 간질환자의 경우도 보통 사람보다 세균에 의한 감염성 관절염에 취약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진단은 일단 임상적으로 열이 나는 등의 감염병의 일반 증상에 더해서 관절이 갑자기 이유없이 붓고 아프면 의심을 할 수 있으며, 관절 천자액을 배양해서 균이 자라면 확진할 수 있다. 확진이 되면 가능하면 감염내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일반 내과의는 물론 필자와 같은 통증의학 전문의들도 이런 질환의 치료는 감염내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의뢰하는 것이 정상적인 치료 과정이다. 이런 경우 오랜 기간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면 때로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술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어쨌거나 갑자기 원인 모르게 시작된 관절 통증이 있을 경우 대개는 서서히 시작된 관절통증이나 원인이 명백한 손상과 같은 병력이 있는 경우에 비해 훨씬 위중하므로 주의깊고 신속한 조치가 있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기회에는 이와 같이 손상의 병력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관절염의 나머지 원인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