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여성 환자가 팔다리의 이상 감각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가만히 있거나 누워있을 때 두 다리 끝에서부터 저리기 시작하여 동시에 시린 느낌이 팔다리 전체에 생긴다고 하였다. 여성의 증상은 밤이 되면 더욱 심해져서 이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다리를 계속해서 움직여야만 증상이 좋아지기 때문에 잠을 잘 이루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니 환자는 당연히 낮에 매우 졸리고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낮 동안에 졸리는 것 외에도 직장 업무 중에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거나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장거리 이동할 때에도 가만히 앉아 있기가 매우 괴롭다고 한다. 야간에는 수면 부족, 주간에는 일상활동의 심각한 지장으로, 환자는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동시에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밤마다 다리나 손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서 수면에 방해를 받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피부 아래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다리가 자꾸 시리고 저리다.” 흔히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와 같은 증상은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약간은 이상하게 들릴 수 도 있으나, 단지 과도한 스트레스(stress)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하여 생기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5-10%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과민성 대장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이나 편두통이 있는 경우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의학적 설명으로는 전체적인 신경계가 민감화되어 나타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철분 결핍이 있는 환자에게 하지불안증후군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철분 부족을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으로 생각하였으나, 연구결과 중추신경계의 도파민(dopamine) 기능저하가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발생 기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다.
불행하게도 한 통계에 의하면 환자는 보통 하지불안 증후군의 증상이 생긴지 보통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진단을 받게 된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환자의 20 또는 30대에 증상이 발생하여, 50대 이후에 하지 불안 증후군으로 진단이 되는 셈이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진단 받기 이전에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또한 중요한 사실로는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져 병자체가 진행된다고 하니,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