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피어난 민들레꽃은 민낯에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제모습을 작게 움직인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어디론가 두둥실 바람에 실려 떠날 준비를 하는것인지 힘주어 지면에 더욱 낮게 몸을 사리는것 같다.
아마도 생명이 시작된 이곳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애착이리라!그 모습이 애잔하여 내 손길은 어느세 말갛게 고개 내민 민들레 꽃을 들추어
내년에도 오롯이 피어나길 고대하며 정성스레 그들을 낮고 평평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자연의 빛으로 잘 건조 시킨뒤 먼훗날 또다른 시간이 되면 그들이 말간 찻물에 오롯이 피어나길 고대 하면서 말이다.
사실 지금의 동적인 트렌드에는 오히려 정적인 “차”보다는 하루에도 몇잔씩 마시는 커피가 익숙해져 있다.
내 경우에도 밤새 뒤척여진 꿈과 함께 맞이한 아침에 가장 먼저 찾는게 커피다.
그 진하게 자극하는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커피를 마시는 순간 오늘이 모두 내것이 된양 느슨해진 세포들이 기지개를 편다.
그런 드라마틱한 감성을 주던 커피가 이젠 심상치 않은 라이벌이 생겨 나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다.
내가 차와 연애를 시작한 NEW YORK의 어느 봄날…
봄비대신 떠나기 아쉬워하는 마지막 겨울 끝자락의 고별 인사이듯 세찬 바람과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와 자욱하게 안개를 가로 지르며 찾은 재래시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없이 많은 바구니에 한가득 피어난 꽃처럼 담겨 있는 각종 차들은 “화무십일홍’은 옛말이라며 자신들의 색깔과 향을 외지에서 온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꽃무늬가 수놓아진 것처럼 화사하거나,블루베리처럼 멀리 동편 하늘에 별이 수놓아져 은하수가 걸쳐 있는듯 어쩜 저리 곱고 빛이날까!!
게다가 향기롭게 퍼지는 은은함은 천천히 호흡하며 느껴도 좋을 만큼의 절제된 향이다.
이런 향연을 어찌 그냥 놓고 오리!나는 느낌이 가는 것들로 챙기다 보니 끝이 없겠다.
그래서 주인장에게 물어 섞여도 좋을 차들을 구해 아쉬움을 남긴체 그자리를 떠나왔다.
그리고 독백한다. “기다려! 다른 시간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만나자”라고…
그리고 시작된 나의 또다른 아침들,창문 틈새로 수없는 파장으로 침입하는 빛과 함께 깨어난 나의 아침의 변화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이 작고 소소한 일상의 일렁임이 내가 느끼지 못한 변화를 꾀하는지도…먼저 국화꽃과 장미,자몽티를 섞어 말간 물을 부어준다.
그리고 5분의 시간이 지나 물감이 퍼지듯 각기 향과 색을 뽐낼쯤 차와 어울리는 요리를 준비한다.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을,진한 맛보다는 엷은 맛을,향보다는 담백함을 택했다.
얇은 또띠야 빵에 토마토 소스를 풍부하게 바르고 베이비 시금치로 베이직하게 펼쳐놓은뒤 아보카도,딸기,블루베리등을 상큼하게 흩뿌린다.
여기에 흩뿌림을 더한다면 담백하고,매운 맛이 섞인 치즈를 가루내어 봄꽃 날리듯 흩뿌려 준다.
처음에는 진한 체리색을 띈 차를 코로 먼저 향기를 들이키고,한모금 꽃입 베어 물듯 입안 가득하게 퍼지도록 음미한다.
그렇게 한잔 두잔…또한번의 말간 물을 따라 주면 엷은 복숭아 빛이 퍼진다.
그리고 처녀 볼처럼 순하디 순한 차를 음미 하며 시금치 플랫 브래드로 향기롭게 아침을 시작한다.
이 순간을 나누기 위해 함께 하는 차는 마치 마음의 잡티를 거두는 일이 제 일인양 따뜻하게 온몸을 감싸준다.
한치앞,아니 내일도 알 수 없는 우리들의 귀한 시간들…호흡하는 이 순간도 감사하고,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