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5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아이들은 둘이 있습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둘 다 성인이 되었고요. 30대 초에 결혼을 하고, 정말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 흔한 노래방이니 룸살롱이니 하는 곳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여행이라곤 뉴욕에 두 번 짧게 다녀온 것이 전부입니다. 몸은 건강한 편이었는데, 최근 갑자기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눈도 많이 침침해졌고, 치아도 옛날 같지 않고, 머리도 많이 빠졌습니다. 거울 속에 흰머리를 한 내 모습을 보며 이렇게 정말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하릴없는 한숨을 내쉬어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곧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어떤 위기감도 없고요. 매일 일상의 반복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또 그 일상에서 나름 안주하고 있고요. 저 같은 사람도 유언장을 써야 하나요? 재산이라곤 집 한채, 운영하고 있는 식당, 차 두대 입니다. 그리고 은행에 약간의 적금이 있습니다?
A: 당나라 시인 이백의 백발삼천장 (白髮三千丈) 이라는 시가 절로 떠오르는 멋진 질문 감사합니다. 이백은 자신의 머리가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 어디서 저 머리 위의 흰 서리를 얻었을까 하며 자문합니다. 까만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탱탱하던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며, 이빨이 하나 둘 빠지면서 우리는 그렇게 늙어 간다고 하는군요. 영원히 젊을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덧 중년이 되고 또 노인이 되고, 봄이 여름이 되고 또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것 그게 인생이라고 하는군요.
인생에 사계절이 있다면, 질문하신 분은 아마 가을 어디쯤 가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 오는 순서는 있어도 떠나는 순서는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앞으로 얼마나 더 자신이 있으세요? 사고는 안 일어나길 바라지만, 예상이 가능한 일들은 사고라고 부르지 않겠지요.
유언장은 죽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는 자들, 뒤에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가지고 계신 재산이 많지 않다고 하시지만, 막상 재산을 처분하다 보면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을 팔아야 하는지, 아님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사업체를 처분해야 하는지, 아님 계속 운영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신 분이 안 계시면 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 책임을 가지는 사람을 집행인이라고 부릅니다. 유언장은 집행인을 지정하는 법적 서류입니다. 집행인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재산을 처분하고 분배를 하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결정권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면 하늘나라에서 귀가 간지러운 일은 없겠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