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일체론: 마음과 몸은 하나로서 함께 기능한다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끊임 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개념은 현대의학에도 어느 정도는 존재하지만, 한의학에서는 현대의학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를 훨씬 더 밀접하게 보아 몸과 마음이 그저 어느 정도의 선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태로 함께 기능한다고 보았으며, 이를 ‘심신일체론’이라고 하였다.
사실, 여성의 입장에서 이 ‘심신일체론’은 특별한 의학지식 이라기 보다는 이미 삶 속에서 매일 경험하는 상식에 가깝다. 매달 생리때가 되면 아무런 정신적 자극이 없이도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며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나고, 생리가 끝나면 특별한 환경의 변화가 없어도 불안했던 마음과 생각이 안정되질 않던가? 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체적인 충격이 없이도 하혈을 하고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고, 마음에 기쁜 일이 가득하면 피부에도 탄력이 생기고 신체적인 기운이 솟아난다. 남자보다 감각이 예민한 여성들은 이미 이러한 사실을 상식으로 체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병의 원인을 몸에서 찾고, 몸에 생긴 병의 원인을 마음에서 찾다.
그래서 두통, 만성피로, 위궤양, 손발 저림, 과민성 대장염 같은 다양한 육체의 이상증상들을 분석해 보면 그 원인이 어떤 물리적인 자극에서 비롯되기 보다는, 오히려 정서적인 불안감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그 반대의 케이스인 우울증이나 불면증 같은 여러 정서적 불안증이 오히려 아무런 정서적인 충격이 없이 호르몬 불균형이나 영양의 불균형 같은 물리적인 자극만으로 인해 야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서도 정서적인 불안정함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들은 신경성 위궤양, 신경성 이명, 신경성 인후염 등등… 그 각각의 병명 앞에 ‘신경성’이라는 단어를 붙여 표현한다. 그런데 점점 ‘신경성…’으로 시작하는 질병을 병원에서 진단받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한의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몸에 생긴 병의 원인을 마음에서 찾는 것이 최근의 의학계의 흐름 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화가 나면… 우리 몸은 실제로 뜨거워 진다.
보통 우리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때 흔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열 받는다’, ‘속이 부글 부글하다’ 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한다. 이 표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분노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화(火)’나 ‘열(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반대로 분노가 사라져 가는 상태는 ‘화가 가라앉는다’, ‘열이 식는다’와 같이 ‘온도가 내려가는 모양’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원래 한의학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우리 몸에 일으키는 신체적인 불균형 상태의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던 전문 용어들로, 오랜 시간에 걸쳐 한의학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생활의학으로서 자리잡는 과정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전해진 것이다.
분노로 인해 체온이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증상들
그렇다면 왜 분노라는 감정을 ‘화(火)’로 표현하였을까? 이는 실제로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거나 매운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화가 나면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열이 나기 때문이다. 즉 ‘열 받는다’라는 표현은 실제로 우리가 분노할 때 몸에서는 열을 내는 생리작용이 일어남을 의미하고, 이렇게 생겨난 열이 빠른 시간내에 해소 되지 않을 때는 ’속이 부글 부글 끓고 있다’라는 좀 더 강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우리 몸의 체온은 실제로도 분노라는 감정에 반응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검증할 수 있다.
이렇게 인체내에 생겨난 열은 자연법칙을 따라 체내에서도 위로 상승하는데 이를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표현하며, 끝까지 상승한 열기가 더이상은 오를 곳이 없어 한 곳에 쌓이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가슴과 머리에는 압력이 증가하고 이 상태를 우리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일단 상태가 여기까지 오면 몸 안에 가득 맺힌 화(火)기로 인해 얼굴은 붉게 상기되며 화끈거리게 되고, 열기로 인한 탈수 증상으로 인해 눈과 입이 자꾸 마르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해지는 등의 신체적인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열이 자꾸 위로만 오르니 몸의 상부는 더워지면서 아파진다면, 몸의 하부는 열을 빼앗겨 오히려 차가워지며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이쯤 되면 몸은 늘 피곤한 상태가 되며 잠은 오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자꾸만 깜짝깜짝 잘 놀라게 된다. 그러면서 속이 메스껍다거나 어지럽고 얼굴이 붓는 증상들 역시 빈번해진다.
이렇게 자꾸 몸이 불편해지니 자연히 만사가 귀찮고 불안해 지면서 신경은 더욱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나는데, 늘 초조하고 정신집중이 힘들어 지므로 기억력이 감퇴되고 순간 순간 멍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건강에 대한 염려증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상실한다.
우리 몸은 이렇게 화만 내도 실제로 아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