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생길 수 있는 병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병이라고 한다면 ‘석회성 건초염’이 아닐까 싶다. 오래 전에 보았던 50대의 남성 환자가 있었는데 이 분은 약 일주일전에 시작된 급작스런 어깨 통증을 주소로 내원했다. 지금까지 본 칼럼을 주의깊게 읽은 독자분은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 환자는 필자의 다른 환자들하고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그 다른 면이라는 것은 통증이 생긴지 며칠 되지 않아서 필자를 찾았다는 것이다. 어깨 통증이든 무슨 통증이든 필자와 같은 통증의학 의사를 찾는 분들은 대개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의 통증을 감내하고 살다가 치료가 안되어 찾기 마련이다. 한국사람들의 성향이 아마 대개 그러리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통증이 발생하고 처음에는 그냥 참아보고 점차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지면 한의원이나 척추신경의 등을 먼저 찾는 듯 하다. 그리고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필자와 같은 의사를 찾기 때문에 대개 질병 발생에서 치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분은 통증이 발생한지 일주일 정도에 불과한데 필자를 찾은 것이다. 이렇게 필자를 찾은 주원인은 그냥 참을만한 무지근한 통증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극심한 통증이면 응급실이라도 가셨겠지만 그런 정도는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이런 급작스럽게 악화되는 통증의 경우 통상 외상이나 운동으로 인한 조직 손상에 무게를 두고 진찰하기 때문에 통증 발생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묻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전혀 이런 운동을 했다거나 다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진찰 결과 전반적으로 어깨의 운동이 감소하고 모든 동작에서 조금씩 통증이 있었지만 특별히 한가지 병을 시사하는 소견은 아니었다. 다만 어깨의 상부를 손으로 눌렀을 때 매우 아픈 부분이 있었지만 겉보기에 특이사항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엑스레이를 찍고 며칠 후에 보기로 했는데 엑스레이를 보니 그제서야 진단이 확실해졌다.
회전근개를 구성하는 한 근육의 극상근의 힘줄 부분에 미세한 석회 침착이 보였던 것이다. 결국 이 환자는 석회성 건염으로 진단이 되고 주사요법과 약물 치료로 상당한 호전을 보일 수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석회성 건초염의 경우 통증이 운동이나 손상의 과거력이 없이 올 수 있다는 점과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당히 심한 통증을 가져올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개의 어깨 질환은 팔을 움직이지 않으면 훨씬 덜 아픈데 이 질환은 팔을 움직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통증이 심하다는 점도 주지해야 할 듯 하다.
어쨌거나 어깨 통증은 이렇듯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통증 전문의를 찾아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