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환은 보약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이 접해본 한약처방을 꼽아 보자면 쌍화탕과 우황청심환이 빠질 수 없다. 입시 시험이나 면접처럼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떨리는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복용하기도 하고, 혈압이 높는 사람들, 공황장애 같은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항시 집에다 구비해 놓고 상시로 복용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몸에 좋은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다니까 마치 만병 통치약이나 보약처럼 약간의 불편한 증세만 나타나면 수시로 우황청심환을 찾기도 한다.

 

 

우황청신환은 처음부터 보약이 아닌 구급약의 용도로 개발되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우황청심환을 그저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건강식품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사실 우황청심환은 본질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꼭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구급약’으로서의 목적을 가지고 처방된 한약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통 한약이라 하면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는 보약 계통의 약들을 떠올리지만, 이는 한약의 극히 일부 용례일 뿐이다. 분명 최근 현대의학의 응급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응급 질환으로 인해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현대의 한의원들의 주 치료 대상이 만성병으로 한정되어 가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대 응급 의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과거에는 당연히 한의원에서도 응급환자들을 치료 하여야만 했었고, 우황청심환은 그러한 여러 구급치료법 중의 하나로 개발된 ‘처방전’중의 하나이다.

 

 

우황청심환의 기원과 올바른 용도
우황청심환의 기원은 <동의보감>에서 찾을 수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전에 만들어진 온전한 신토불이의 환약 처방이다. 우황청심환은 우황, 사향, 주사, 감초, 계피, 작약, 꿀 등의 30가지 약재를 섞어 환을 만들고 금박을 입혀놓은 것으로, 중풍초기에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한 상태가 되거나, 혀가 굳어지고, 손발이 마비되거나, 눈과 입이 삐뚤어지거나 인사불성 등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기사회생의 영약으로 쓰여진다고 되어 있다. 선조때부터 각 가정에 상비하여 왔으니 가히 우리민족과 관계가 깊은 명약이라 할수 있다.

 

 

의서에 기록된 정확한 우황청심환의 용도는, 고혈압으로 의식을 잃거나, 안명신경마비가 올 때, 정신이 없고 아찔해 지며 의식을 잃을 떄, 심장성 질환으로 가슴이 몹시 뛰고, 심장성 천식으로 인해 호흡곤란, 두통이 올 때이다. 즉 청심환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이유로든 심장의 기능이 지나치게 항진되었을 때 강제적으로 심장을 진정시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쓰여야 한다.
이렇게 본질적으로 구급약인 우황청심환은 당장의 보여지는 병증에 대한 약효가 강하고 즉각적인 특징이 있지만, 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황청심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약에 대한 의존성만 키우게 돼 추후에 병에 대한 근본 치료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약이라 해도 정확한 처방과 용법에 따라 사용하지 않을때는, 올바른 효과를 기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언제라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하고, 만역 지금까지 습관처럼 우황청심환을 복용해 왔다면, 꼭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