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한의학으로 (2)

지난 칼럼에서는 우울증의 개념, 증상, 역학 그리고 전반적인 개요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한의학과 접목을 시켜보겠다.
한의학에서는 ‘울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변증분류에 따라 간울비허, 간울기체, 담미심규, 심비양허, 비신양허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의 우울증 범주는 ‘울증’이 대표적인 증후이고 기울, 전증, 탈영실정, 허로, 불면, 불사식 등도 연관이 있다. 울증의 주요 원인은 정지불서(마음과 의지가 뜻대로 안됨), 칠정소상(감정이 손상되는 경우), 외감(외부 기운으로 상함), 음식내상(음식조리를 잘 못하여 몸 안이 상함) 등으로 이 중에서도 특히 중요 원인으로 정지소상(마음과 의지가 뜻대로 안되어 상처받는 경우)을 말할 수 있다.


실제 진단에 있어서는 기존 심리학계의 우울증상과 관련된 검사지표를 활용하여 우울증을 선별하거나, 임상적으로 유의한 우울증상을 감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우울증 변증도구를 통해 변증분류를 시행할 수 있다.
한의학적 치료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침구치료, 기타 요법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약물치료로써, 우울증의 치료원칙은 기를 이롭게 하여 뭉친 울증을 열어주는 것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한약 처방으로 동의보감에서는 ‘기울’에 교감단, 목향균기산, 목향조기산, 상하분소도기탕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울’이 부종과 더부룩함을 겸한 데는 유기음자, 목향유기음, 침향강기탕, 오피산 등을 제시하였다.

둘째, 침구치료로써, 기를 이롭게 하여 뭉친 울증을 열어주는 것이 기본 치료원칙이되, 장부허실에 따라 가감보사를 시행할 수 있다. 실제로 침구치료에 대한 중의문헌 고찰에 의하면, 우울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내관, 신문, 족삼리, 백회, 태충, 삼음교가 다용된 것으로 보고되었고, 허실에 따라 구분했을 때, 실증에는 태충, 전중, 양릉천, 풍륭, 내관을, 허증에는 내관, 삼음교, 신문, 심수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셋째, 기타 요법으로써, 동양문화권에 기반을 둔 기공요법이나, 태극권, EFT와 같은 기법이 우울을 포함한 정서문제 조절에 사용될 수 있으며,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MBCT나 이완요법 역시 우울증의 증상 조절에 사용될 수 있다.

우울증과 관련한 위험 인자로는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소, 가족력 및 과거력 등의 질병 위험인자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여성, 낮은 경제수준, 우울증 과거력, 뇌졸중, 치매 등이 우울증의 위험인자로 밝혀졌으며, 200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 여자가 남자에 비해 1.7배, 이혼•별거•사별이 기혼자에 비해 3.6배, 미혼자는 2.4배, 전일제 취업자에 비하여 학생•주부는 1.7배, 무직은 2.7배, 저소득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하여 2.3배 주요 우울장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우울장애는 비교적 치료가 잘 되어 삽화가 관해되는 비율이 높지만 재발을 잘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개 주요 우울장애의 삽화는 빠르게 발병하지만, 기분부전장애의 경우 증상이 서서히 발생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주요우울 삽화는 6~13개월 정도 지속된다. 그리고 우울증은 자살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정신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자살기도자의 70~80%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주요우울장애 환자가 70%를 차지한다. 한편 우울증 환자의 50%가 자살을 시도하고 10~15%의 우울증 환자가 자살로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