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기분, 인지 및 운동 기능의 영역에 증상을 수반하며 전반적인 직업 및 사회생활 기능에 장애를 줄 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정신 질환이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에서 우울한 기분,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 저하, 즐거움의 저하 등을 보이고,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한 기능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를 야기한다. 또한 한국인의 경우 특징적으로 우울한 기분보다는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신체 증상은 두통, 가슴 답답함, 복부 불편감, 식은땀, 오한, 상열감, 입마름 등이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 한의임상지료지침개발사업 (과제번호 B080009)을 통해 출판된 화병임상진료지침에서는 만성화된 화병과 우울증과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화병 환자의 많은 수에서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음을 역학조사를 통해 제시한 바 있다. (조사 대상자인 총 151명 중 화병으로 진단된 93명의 44.1%가 우울증과 합병된 것으로 조사됨) 따라서 국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현장에서는 화병과의 감별진단 또는 병행 관리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기존에 발표된 화병임상진료지침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한의 임상에서는 접하게 되는 우울증 환자는 개인적 신념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항우울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의 임상현장에서 이미 양방 정신과 진료를 통해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 치료효과의 부족, 부작용 등의 이유로 대안적인 치료로서 한의진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한약이나 침치료를 일차적인 치료수단이 아니라 항우울제 치료 이후에 선택하게 되어 병용 치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에 비해서는 적은 수이지만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는 환자에게서 한의학적 중재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한의 임상에서보다 큰 활용의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하여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신경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울증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에서 가족 구성원 중 우울증 환자가 있을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쌍생아 유전 역학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우울증 발병원인의 약 40% 정도를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울증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연구에서는 뇌 영상 기기를 통해 우울증 환자의 뇌내 변화가 보고되었으며, 신경전달물질 등의 불균형도 우울증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사회심리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가족구성원 내의 사별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경제적인 문제, 실패경험, 스트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상태 역학조사에서 평생 유병률이 6.7%(일년 유병률 3.1%)로 이는 2001년에 4.0%, 2006년에 5.6%에 이어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울증은 주요한 질환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1세기에 인류를 괴롭힐 가장 심각한 질병으로 우울증을 꼽으면서, 2030년이 되면 우울증이 고소득 국가의 질병부담 1위 질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