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 중반의 여성이 만성 목 통증과 두통으로 내원했다. 그동안 약으로 증상을 다스리면서 버텨봤는데 점점 더 통증이 심해지고 일하기도 힘들어져서 지인의 소개를 받아 본인을 찾아 왔다고한다. 척추 검사를 하고 척추 전신 X-RAY 까지 찍은 후 결과를 확인해보니 그녀의 목이 완전히 반대로 꺾여 있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Text neck (핸드폰을 보는 것 처럼 목을 앞으로 숙여서 생활하는 상황을 빗대어 만든 증상) 이었다. 목은 C 자 모양으로 완만한 곡선을 형성해야 머리무게를 잘 지탱해주는데 목이 반대로 꺾이면 머리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관절 사이의 디스크가 손상되고 근육이 서서히 뭉치면서 목과 머리 무게를 대신 지탱해주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주고 앞으로 치료 계획과 해야 할 일들 및 하면 안될 일을 이해시켜 주었다. 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있던 그 환자는 “왜 내 목이 이렇게 반대로 꺾여 있을까요? 난 다친 적도 없는데…”라고 질문을 했다. 이 환자가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원인은 사실 명확하다.
사람의 척추는 엄마 뱃속에서 자랄 때 옆의 그림처럼 하나의 곡선으로 되어 있다.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 중에서 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목을 들고, 기고, 앉고, 서고, 걸으면서 목, 등, 허리에 곡선이 하나씩 생기며 총 척추는 S자 모양을 형성하게 된다. 아이는 키가 자라면서 척추의 S자 모양이 더 발달하고 더욱 견고해지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이 뛰고 움직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때까지 밥먹을 시간을 제외하고는 밖에서 뛰어 놀아야 척추와 그 주변의 근육이 골고루 발달하면서 정상의 척추 모양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현대 사회의 생활속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컴퓨터, IPAD,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보니 구부정하게 척추를 구부리고 하루종일 앉아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당연히 척추는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어렸을때 컴퓨터가 없었던 노년층의 척추를 보면 척추 관리를 하지 못해서 퇴행되고 손상된 모습은 보이지만 그래도 척추 모양 자체는 요즘 아이들 보다는 훨씬 좋은 경우가 많다.
또한 본인도 애들을 키우다 보니 애들이 얼마나 자주 넘어지면서 다치는지를 보게 된다. 만약 어른들이 이렇게 넘어지면 뼈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쳤을텐데 아이들은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충격에 강한편이다. 그러나 이런 충격이 조금씩 누적되다 보면 결국 척추도 틀어지면서 잘못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렸을때는 근육상태가 좋아서 아이들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자식들의 척추 문제를 방관하게 되는 것이다. 본인의 클리닉에 어린 애들이 가운을 입고 교정을 받는 걸 보는 사람들은 가끔 “애들도 교정을 받아요?”하고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야 사회적으로 이게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