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다 아픈 것은 무슨 병일까? (1)

48세 여성환자 L씨가 필자를 찾았다. 어디가 가장 아프시냐고 물었더니 온 몸이 다 아프다고 하신다. 물론 필자를 찾은 환자의 대부분은 거의 대부분이 카이로프랙틱 치료, 한방 치료, 물리치료를 다 해보았는데 통증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서 소문을 듣고 뒤늦게 찾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통증이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두 군데 혹은 세 군데 이상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온 몸이 다 아프면 치료하기가 어려우므로 일단 가장 아픈 곳이 어딘가 하고 다시 묻게 된다.

 

그런데 L씨는 온 몸이 다 아픈데 아픈 정도가 다 똑같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필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전신적 통증을 일으키는 류마티스성 질환이나 특정한 신경계의 질환, 통증을 일으키는 일부 정신과적인 질환일 경우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통, 정신신체 통증 장애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온 몸이 다 아프면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외에도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 영상의학적 검사가 필수적인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검사를 다 마치고 나면 진단이 내려지게 된다. L씨의 경우는 ‘섬유근통’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게 되었다. ‘섬유근통’은 필자가 한국의 삼성 서울 병원에서 근무할 때 단 한 명을 보았을 정도로 당시에는 드문 질환이었고 학계에서는 이 것이 실체가 있는 진짜 ‘질환’이냐 아니면 정신과 질환과 같은 부류의 실체가 모호한 질환이냐 의견이 분분했었다. 하지만 의학계와 일반에 그동안 많은 인식의 전환이 있었고 그 실체를 규명하려는 여러가지 노력들이 더해진 결과 지금은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계 자체가 병이 들어서 통증이 아닌 감각, 예를 들어 압각과 같은 것이 통각으로 느껴지는 병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고, 동물실험으로도 여러가지 증거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섬유근통’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가 중요한데 요통이나 두통, 관절염 등의 다른 일반 통증 질환과는 달리 진통제 선택에 있어서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칫 습관성 있는 진통제를 시작하게 되면 나중에 의존성이 생겨서 병의 극복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통증성 질환에 진통제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섬유근통의 경우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진통제를 장려하는 축에 속하는 데 나중에 그 이유와 섬유근통의 구체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논하기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몸의 특정 부위가 아픈 사람에 비해서 온 몸이 다 아프다는 사람은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쉬운데 본인은 매우 고통을 많이 받게 되는데 다른 질환으로 오진이 되기도 쉬운 만큼 통증의학 전문의의 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