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2/03/16) – 오줌 색이 변하면 몸에 이상이 생긴걸까? (1)
현대의학에서 검진을 받게 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검사가 있는데 바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다. 사실 혈액을 한번만 더 걸러내면 바로 소변이 되기에 이 둘은 그 근본부터 서로 매우 흡사하며, 대변과는 달리 혈액과 소변은 처음부터 몸속의 대사과정에 밀접하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여러 검사에 앞서 이 두가지만 자세히 살펴봐도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윤곽을 대강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액의 경우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아무리 보아도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없어,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만 소변의 경우는 다르다. 소변은 하루에도 여러 번 대량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색의 변화 또한 일반인도 쉽게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의학에서는 소변검사를 통해 ph, 비중, 당, 단백뇨, 적혈구, 백혈구, 세균의 유무, 화학성분의 농도 등 다양한 지표들을 분석하지만, 여기서는 특정한 검사 기계를 사용해야만 알 수 있는 이런 정보들 보다는 우리 눈으로 직접 분별이 가능한 변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보도록 하자.
우선 소변의 이상을 알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정상적인 소변의 형태(?)를 알아야 한다. 맥주에 물을 탄 듯한 맑은 황갈색을 뛰고 거품이 거의 나지 않는 소변이 건강한 상태에서의 일반적인 소변의 형태이다. 하지만 수분 섭취량과 탈수 정도에 따라 거의 무색에 가까운 색부터 진한 호박색까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음으로 어느 정도의 소변의 색 변화는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특별한 활동이나 식단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으로 잠시 색이 짙어지거나 옅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매일 같이 항상 같은 색(지나치게 옅거나 짙은)을 띤다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몸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상 증세의 발현이라 본다. 일반적으로 소변색이 노란색으로 짙어지는 것은 몸 안에 열이 쌓이고 있는 것을 의미하고, 백색으로 옅어지는 것은 한기를 의미하며, 적색은 지나치게 쌓여 있는 열을 의미한다. 조금 더 자세히 풀이하면 소변색이 짙은 노란색으로 오랫동안 변해 있다면 간에 열이 쌓여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황달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약 소변이 계속해서 맑은 백색을 띤다면 이것은 기가 허해져서 몸안에서 열을 만들어 내지 못해 몸이 차가워 진것으로 보고, 적색을 띤다면 이는 쌓여있는 열의 양이 지나침을 의미하는데 염증이나 출혈이 몸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
반면 한의학에서 노란색의 소변과 붉은색 소변을 같은 병변의 연장선에서 그 정도의 심함과 약함을 의미한다고 보지만, 현대의학에서는 노란색 소변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붉은 색 소변을 몸의 이상상태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한의학에서는 몸 안에 열이 쌓이기 시작하는 초기부터 색이 노란색으로 진해지므로 이미 이 때부터 병이 시작되었다고 보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소변색이 붉어지는 것은 혈뇨, 즉 피가 소변에 섞여 나오기 때문이므로 혈뇨가 나올만큼 몸이 악화된 시점부터를 분명한 ‘병증’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혈뇨가 나타나는 질환으로는 사구체신염, 신장암, 방광암, 요로결석, 급성방광염, 전립선비대증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신장암, 신우암, 방광암 같은 질환의 경우 통증은 전혀 없이 혈뇨만 나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결석이나 급성방광염의 경우 옆구리나 하복부, 요도의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혈뇨와 이 같은 통증이 동반되는지를 종합하면 대충 원인질환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눈으로 보았을 때는 정상이지만 현미경 검사에서는 적혈구가 검출되는 혈뇨도 있는데, 이 현미경적 혈뇨 증세 또한 아주 작은 결석의 참착, 만성방광염, 간질성 방광염 등의 가능성을 암시하므로 단순히 눈으로 보았을 때 소변의 색이 정상이라고 병원을 멀리하기 보다는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