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꽃은 아무리 지천으로 만개해도 산을 덮지는 못하는데 단풍은 골마다 산마다 그리고 온 세상을 가득 붉게 물들입니다. 잎만 아름다워도 꽃 대접을 받는 가을. 미동부의 빼어난 단풍의 나라 화이트 마운틴은 더욱 그러합니다. 요동치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너울너울 춤추는 단풍의 물결은 어떤 표현의 가을 묘사도 이보다는 더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토록 많은 숨겨진 비경과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이 알알이 박혀있어 가을도 오래 머물다 가는 화이트 마운틴을 찾았습니다.
메인주에서 뉴햄프셔주로 들어서는 국도는 어느새 아름답게 채색된 잎새들이 늘어져서 단풍 터널을 만들고 우리를 환영하는 듯 더욱 찬란하게 빛납니다. 화이트 산군은 다른 지역과는 유달리 잎이 풍성한 활엽수가 많아 단풍이 더욱 선명하고 화려한데 금상첨화로 일교차가 커서 더욱 정갈한 색감을 만들어 줍니다. 색의 미학은 대비와 조화에 있는데 다양한 수목들이 내놓는 각종 색채들은 미려한 하모니를 연출하며 가을 햇살에 영롱하고 찬연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9개의 거대 협곡 속에 100여개의 유장한 폭포가 쏟아지는 정령이 머무는 산, 이곳에는 그윽한 풍경소리가 들리는 그리운 산사만 없을 뿐 삶과 죽음의 윤회를 거듭하는 숲과 나무들이 골마다 마루마다 가득해 고국의 산하에서 산행을 하는 듯 착각이 입니다. 그리운 향수에 젖어 내장산으로 혹은 설악산으로 여기며 계곡을 따라 물길을 따라 끝없이 달려갑니다. 마주치는 산 동무들의 얼굴도 어느새 단풍 색에 물들어 홍안 가득 미소들을 띄고 있습니다.
바람의 땅. 마운트 워싱턴
가을철 화려한 단풍으로 유명한 뉴햄프셔 주에 소재한 화이트 마운틴 산군은 90여개의 산봉우리와 9개의 협곡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로 4천 피트가 넘는 48개의 고봉이 줄지어 있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중 자동차로 혹은 산상열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봉 워싱턴 마운틴 주변으로는 이 산을 비롯하여 7개의 봉우리마다 역대 대통령들의 이름을 붙여 President Mt.으로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National Scenic Byway는 80만 에이커의 화이트 마운틴 국림 수림지역내를 돌아보는 100여마일 코스로 자연미가 넘치고 특히 가을이면 오색으로 불타는 단풍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매혹의 길입니다. 특히 여름시즌만 허용하는 하늘가는 길, Mt. washington Auto Rd.는 워싱턴 마운틴 정상까지 왕복 16마일의 가파른 길을 좌우로 펼쳐지는 화이트 마운틴 산군의 기막힌 풍광을 가슴에 담으며 오르내리는 특이한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