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의 로얄 웨딩, 그리고 세금 문제

매력적인 캘리포니아 출신 미국 여배우가 영국의 왕자와 결혼한다는 동화같은 스토리가 대중의 상상력을 제대로 자극했다. 신부 메건 마클의 화장과 머리, 드레스의 선택과 역대급 셀럽 하객들의 등장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해리 왕자의 귀여운 조카들과 신부 아버지의 불참석 등 기사 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이 로열 웨딩으로 인해 불거질 복잡한 미국 세법 문제에 대해 신경쓰는 이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커플이 약혼할 시기에, 버킹엄 궁전에서는 결혼식 후 신부 메건이 영국 국적을 취득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이 때 이미 세금 변호사들은 메건의 미국 국적으로 인한 세금 문제가 영국 로열 패밀리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 내다봤었다. 메건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매 년 세금보고와 FBAR보고를 통해 전세계 소득과 자산을 신고해야 한다. 아무리 이 커플이 자산을 따로 관리한다손 치더라도, 이들로선 자산을 미국 정부에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울 것이다. 적어도 이 문제에 있어서 해리-메건 커플은 최고의 세법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받은 후 결정할 것이므로 내 걱정거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 기사에서는 메건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전 런던 시장이자 현재 영국 국무부장관인 Boris Johnson도 뉴욕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이유로 미국-영국의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IRS 세금 문제에 부딪치자 미국 국적을 포기한 바 있다.
2010년 통과된 FATCA (the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법은 이제 영국 왕족도 걱정해야 하는 법이 됐다. FATCA는 외국 은행 및 정부로 하여금 미국 세법상 거주자로 확인되는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미국 정부로 전송하도록 하는 법이다. 차후 벌금과 영업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외국 은행들은 이 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재 기혼 부부들의 95%가 공동으로 세금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국적 커플들은 각자의 경제 상황과 세금보고가 미치는 영향을 타진해 본 후 부부 공동 보고 (Married Filing Jointly)를 시작해야 한다. 결혼했다고 무턱대고 공동 보고를 했다가는 배우자 양쪽이 세금보고양식에 신고한 소득은 물론 신고하지 않은 소득까지 똑같이 책임지게 된다. 해리 왕자가 미국 세금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메건이 부부 분리 보고 (Married Filing Separately)를 하도록 조언을 받을 것이나, 이들에게 자녀가 생길 경우 잘 생각해서 세금보고에 임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미정부가 발표한 국적포기율 통계 자료를 보면, 특이하게도 2017년에 처음으로 그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2016년의 5,411 건에서 2017년의 5,133건으로 차이는 미미하지만, 그간 매 년 꾸준히 증가해오던 트렌드를 생각하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볼 만하다. 참고로 2018년 1분기 동안의 국적포기는 1,099건이었다. IRS와 FBI에서 동시에 국적포기건을 모니터하고 있지만 통계치에 나오지 않은 국적포기자 또한 많을 것이다. 미국 세금보고 및 신고제도는 외국에 거주하는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 등 미국 세법상 거주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양국 간 이중과세방지조약이 맺어졌지만 외국 정부에 낸 세금이 IRS와 주정부에 모두 크레딧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은행들 또한 미국 고객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 해도, 자산가들에게는 국적포기세(Expatriation Tax) 또한 걸림돌이 된다.

 

메건 마클이 미국 국적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여권을 반납하는 데 드는 수수료가 $2,350이다. 다른 선진국들의 20배나 된다. 메건 마클의 현 자산 가치는 $5,000,000 정도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를 사실로 가정할 때, 우선 지난 5년간 세금 관계가 깨끗해야 하고, 국적포기일 하루 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전세계 모든 재산을 양도한 것으로 가정해 국적포기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똑똑한 그녀이므로 미리 적절한 세법 조언과 계획 하에 절세도 현명하게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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