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획은 언제부터 세우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세금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어본다면 계획은 일찍 세울수록 좋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아기가 태어나기 전일 수도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Laura Saunders 기자가 영국 해리왕자 커플과 태어날 아기의 세금문제를 잘 지적한 글이 있었다.
이 커플이 약혼할 시기부터 이미 세금 변호사들은 메건의 미국국적으로 인한 세금 문제가 영국 로열 패밀리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 내다봤었다. 부모 중 한사람이 미국인이면 그 사람이 전세계 어디서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아이에게는 자동으로 미국시민권이 부여된다. 이중국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 말만 들으면 꽤 로맨틱한 특권같이 보이지만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 환영할 만한 위치가 못된다. 메건이 세금과 관련한 문제를 피하고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때까지는 본인도 매년 세금보고와 FBAR보고를 통해 전세계 소득과 자산 및 금융계좌를 신고해야 하지만, 그녀의 곧 태어날 아이 또한 18세까지는 미국의 시민이며 세금 신고와 납부의 의무가 있다.
영국 왕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아이의 이름으로 왕실의 유산이 할당되고 이 유산으로 투자 기금이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투자 기금은 물론 그 기금에서 발생하는 수익 역시 과세 대상이다. 그래서 메건의 아기는 미국땅을 밟아보기도 전에 해마다 IRS로 세금보고를 해야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부모나 친척의 이름으로 연 은행계좌까지 여러가지 양식을 통해 보고해야 하며, 실수가 누락이 있을 경우 벌금은 상당하다.
2010년 통과된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법은 이제 영국 왕실도 걱정해야 하는 법이 됐다. Form 8938이라는 양식을 통해 영국 왕실의 재산의 일부가 IRS에 노출되는 것이다. FATCA는 외국 은행 및 정부로 하여금 미국 세법상 거주자로 확인되는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미국 정부로 전송하도록 하는 법이다. 차후 벌금과 영업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외국 은행들은 미국의 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해리-메건 커플이 자산을 따로 관리한다손 치더라도, 미국 국세청이 비밀스럽기로 유명한 영국 왕실의 계좌를 들여다볼 빌미가 생긴 것이므로 이들은 양국 최고의 세법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받을 것으로 본다.
현재 미국 기혼 부부들의 95%가 공동 보고 (Married Filing Jointly)를 택하고 있으나 이중국적 커플들은 각자의 경제상황과 세금보고가 미치는 영향을 타진해 본 후 결정해야 한다. 무턱대고 공동 보고를 했다가는 배우자 양쪽이 세금 신고한 소득 뿐만 아니라 미신고 소득까지 같이 책임지게 된다. 해리 왕자가 미국 세금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메건이 분리 보고 (Married Filing Separately) 해야 한다.
전례로 보리스 존슨 영국 국무부장관은 뉴욕 태생이지만 영국에서 성장해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IRS 세금 문제에 부딪치자 국적포기세를 내고 미국 국적을 포기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장관은 수 년간 IRS의 징수노력을 기피하다 결국 국적을 포기했지만, 똑똑한 메건은 미리 계획을 세운 후 국적포기와 세금문제에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5년간 미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적포기율이 꾸준히 증가해오다 2016년의 최고치 5,411건을 찍고 2017년에는 5,133건으로 살짝 줄어든 실정이다. 그러나 IRS와 FBI에서는 꾸준히 국적포기인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메건 마클이 미국 국적을 포기한다면, 일단 여권 반납 수수료가 $2,350이다. 다른 선진국들 평균에 비해 20배나 된다. 결혼 당시 흘러나온 메건 마클의 자산 가치 (약 오백억달러)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녀도 국적포기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서 지난 5년간의 세금 관계를 깨끗이 정리해야 하며 국적포기일 하루 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전세계 모든 재산을 매각한 것으로 가정해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국적포기세를 납부해야 미국 세금납부 의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아기에게는 희소식이 있다. 아이가 18.5세가 되기 전에 국적을 포기하며 이 전 10년간 미국에 거주하지 않았다면 국적포기세 납부의무에서 제외된다는 예외법이 있다. 불행하게도 외국에 거주하는 미국시민권자의 자녀들이 이 법을 알게되는 것은 18.5세 이후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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