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방심하다간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너무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무척이나 견디기가 힘이 들더니, 요 몇일 사이 비가 자주 와서 아침 저녁으로는 꽤 선선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낮에는 여전히 기온이 높아 에어컨을 하루 종일 돌려야 할 정도로 일교차가 커졌는데,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감기와 같은 환절기 질환에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날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라 방심을 했는지, 최근에 주변에서 감기로 고생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그리고 문제는… 많은 이들이 감기에 관한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보인다는 점이다.

 

 

감기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잘못된 건강 상식들
이는 사람들이 흔히 의존하는 많은 민간요법들이 병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치료 원칙은 생략한 채, 오직 결과론적인 치료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두꺼운 이불을 덮고 몇 날 몇일 땀을 내야 한다던지,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복용하거나, 양파즙, 생강차 같이 먹으면 몸이 더워지는 음식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식의 민간요법들이 대부분 그렇다. 그런가 하면, 감기는 초기부터 해열제와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해 질병을 초전박살 내야 한다는 식의 지나친 약에 대한 의존도 못지 않게 위험할 수 있다.

 

일단, 일반적인 한의학의 감기치료 원칙이 땀을 통하여 몸에 들어온 사기, 특히 한기를 몰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한 요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따라야 하는데, 우선은 이러한 발한 요법은 감기의 초기 단계에서만 효과가 있으며, 충분한 영양 섭취와 안정이 반드시 그 뒤를 따라 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감기를 고치기 위해 몇 날 몇 일을 계속해 땀을 내면 진액이 고갈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우리 몸이 스스로 병을 고칠수 있는 자생력 또한 고갈된다. 종종 환자들 중에 감기를 앓고 난 후, 즉 열과 통증이 사라진 뒤에도 한 두달 가까이 기침과 가래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볼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발한 요법을 지나치게 행해 진액이 고갈된 부작용이라 볼 수 있다.
또 감기에 좋다고 하여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먹거나 양파즙, 혹은 생강/인삼차 같은 열성 음식을 감기가 나을때가지 열성적으로 복용하였더니, 오히려 감기의 증상들이 계속해서 심해지더라는 경우도 있다. 감기란 한기로 인해 발생하기에 열성 음식이나 한약재로 몸에 열을 내어주어 치료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발한 요법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감기의 초기때에만 주로 사용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감기를 악화시키는 잘못된 의학 상식들
한편, 한기가 우리 몸에 침입하려 하거나 이미 침입해 들어오거 있을 중간에는 땀을 내거나 열을 내주는 음식을 섭취해 한기를 중간에 막아내고 면역력을 향상시는 방법으로 빠른 회복을 꾀할 수 있지만, 한기가 이미 우리 몸 속 깊숙히 침투해 들어왔을 때는 치료법이 달라져야 한다. 한기가 일단 몸속 깊숙이 침투하면 우리 몸은 깊숙히 자리 잡은 한기를 몰아내기 위해 점점 더 격렬하게 반응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이 펄펄 끓을 정도의 열이 나며 몸의 진액이 마르기 시작한다. 이럴 때엔 오히려 몸을 식히는 약재를 사용하며 말라버린 진액을 보충해줌으로서 우리 몸이 지나치게 과열돼 폭주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하는데, 이럴 때에도 계속해서 별 생각 없이 열성 식품을 섭취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또 아이들이 감기로 인해 열이 나면 많은 부모들이 초기부터 해열제와 항생제를 바로 복용시키곤 하는데 이 또한 위험하다. 감기의 초기증상은 대부분 한기가 우리 몸에 침투하려 하고 우리몸은 이를 막기위해 열을 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리몸의 보호 반응이다. 그래서 한기로 인한 오한과 몸의 방어기제에서 오는 발열이 번갈아 오는 것인데, 이 때 무작정 초기에 감기를 잡는다고 해열제를 써 열을 내려버리는 것은 우리 몸의 방어 스위치를 내려버리는 것과도 같다. 이는 도둑이 집에 침입하려 하는데 보안 시스템이 시끄럽게 울린다고 보안 시스템을 꺼버리는 것과도 마찬가지이니 매우 위험한 행동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대부분의 해열제나 항생제같은 감기약이 실질적으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전혀 작용하지 않는 약들이다. 농담처럼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먹지 않으면 7일’이라 자주 말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대증 치료법으로서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감기에 대한 여러 치료법들은 그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 전제하고 참고해야 할 원칙들은 반드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기 증상이라 할지라도 일주일 이상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임의로 이런저런 치료법을 시도하기 보다는 꼭 가까운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