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몸으로 두 주먹 불끈 쥐고 커다란 울음소리 내지르며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세월, 나를 낳아준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건만, 어느 날 날 낳아주고 날 기르신 나의 부모님은 먼 세상으로 떠나버린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살아온 지금, 어버이날이라고 좋아하며 어머니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 꽃을 달아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꽃을 달아줄 어머니가 있고 그 꽃을 달고 기뻐할 어머니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던가.
그러나 부모를 여윈 사람은 꽃을 달아드리고 싶어도 달아 줄 수 있는 어버이가 없어 우리는 어느덧 고아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어도 나는 어머니에게 꽃을 달아드릴 수 없었다. 멀리 떠나 수십 년을 사는 동안 어머니에게 꽃을 달아드린 적이 없으니 이것이 불효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이제 멀리 떠나버린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이 그 무슨 소용이던가. 마음은 있되 손이 갈 수 없었던 나, 그래서인지 어머니 날이 되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오늘 어머니 날이라고 아들이 선물을 주었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여인의 모습은 여인이라서가 아니라 어머니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위대해 보였다. 어느덧 나의 부모님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나의 자식에게 받은 작은 선물에 마냥 행복해하고 대견해 하는 어머니가 되어 그 기쁨을 만끽하는 어머니. 봄꽃이 만발한 봄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만날 수 없어 액자에 모셔둔 어머니를 바라보니 어머니는 말없이 웃으며 나를 보고 계셨다.
우리도 언젠간 떠나가 버릴 이 세상, 그땐 나도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뵐 수 있으려나? 그때는 카네이션보다 더 곱고 고운 꽃을 아버지 가슴에 그리고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리리다.
“우리 어머님이 백 세까지 사실 거예요.”라고 말하는 늙은 아들의 염원도 모른 채 어머니는 99세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그렇게 떠나버린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일 년만 더 사시지 왜 벌써 가셨어요.”라며 통곡하는 아들을 바라보니 인생살이가 무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느낀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것이 죽음이었다. 어머니가 떠나간 지 어느덧 2년 반이 흘렀다. 아직 어머니의 따뜻한 그 눈길과 손,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이 내 가슴에 남아있건만, 떠나간 어머니를 만날 수 없는 것이 서글퍼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지만 넓디넓은 저 하늘엔 무심하게 흰 구름만 두둥실 거릴 뿐이다. 그러나 아픔은 어머니를 잃은 것만이 아니었다.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자식을 향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딸도 아들도 아버지를 생각할 거예요.”라고 말하자 “생각하면 뭐해요? 결국, 만나보지 못한 채 죽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노인의 모습에 마음이 무겁다. 이제 나이 들어 병든 몸으로 아무도 돌봐 주지 않는 노인, 자식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그 마음을 아들도 딸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제가 사촌에게 말해서 아마 제가 이렇게 아프다는 것을 딸은 알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 모습에 마지막이라도 딸이 달려와 줄 것 같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가도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딸은 결국 오지 않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늙은 아버지는 매정한 딸이라 할지라도 그 딸이 보고 싶었다. 여기에 이렇게 몸져누워 딸을 그리워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 딸, “이제 다 포기했어요.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어휴~ 이러다 가는 거지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노인, 언제 그 딸을 볼 수 있으려나. 언제 그 딸을 만나 볼 수 있으려나. “제가 지은 죄가 커서 그래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죽기 전에 카네이션 꽃 한 송이 가슴에 달지 않아도 좋으니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라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한 인생살이 아니던가!. 멀리 떠난 부모님은 마음으로 그리워할 수 있겠지만, 곁에 두고도 만날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아픔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고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어머니 품에 안겨 아버지 가슴에 안겨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때 그것은 우리에게 준 커다란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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