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환자가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찾도록 도와주는 방법의 하나로 아픈 부위만 골라서 정확히 알려주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였다. 그런데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통’이 도대체 어떤 병인지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이 병은 ‘류마티스성’이라는 이름이 시사하듯이 류마티즘과 비슷하게 우리 몸 속의 면역반응이나 염증반응과 관련해서 병이 생긴다고 추정이 된다. 실제로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과 비슷하게 혈액검사에서 염증표지인자가 매우 높게 올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절염이 아니고 근통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비록 아프기는 어깨나 골반 관절 근처가 아프기는 하지만 통증의 근원은 관절이나 뼈에 있지 않고 근육 자체에 있다. 따라서 환자는 어깨 근육과 엉덩이, 허벅지 근육 등에 통증을 느낀다.
한가지 보통성 류마티스성 질환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류마티스성 질환은 젊은 나이에 최초 발병해서 거의 평생을 가지고 살게 되는데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통의 경우는 60세 이상의 늦은 나이에 생긴다는 것이다. 보통 류마티스 질환과 공통점이라면 둘 다 남성보다 여성에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이 질환은 측두 동맥염이라는 매우 특이한 합병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실 측두 동맥염 자체는 두통만을 일으키고 사람이 죽고 사는 병이 아니며 저절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전도 될 수 있는 양성 질환이지만 문제는 측두 동맥염이 생기는 경우 눈으로 가는 가느다란 동맥에도 동시에 염증이 생기면서 막히면 실명까지 초래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스테로이드제재 복용으로 필자의 환자와 같이 거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는 질환이므로 조기에 진단해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또 한가지 교훈이라면 두통이 있다고 해서 그냥 참고 기다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도 두통은 매우 흔한 병이고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이런 사례와 같이 평소에 두통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두통이 생겼다는 것은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또한 몸살처럼 몸이 갑자기 아파졌는데 그냥 몸살 약을 먹고도 잘 낫지 않는다면 그냥 무작정 참고 기다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몸살일 수도 있지만 그냥 몸살 감기가 아닌 이런 특이한 병 일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때로는 명의는 현명한 환자가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독자들도 명의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자신이 자신의 몸과 병에 대해서 잘 살피고 진료의 필요를 빨리 알아채심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