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와 엉덩이가 동시에 아픈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통 – 1편

필자가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서울의 개원가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던 2003년에 있었던 일이다. 70대의 할머니 한 분이 머리가 아프다면서 찾아오셨다. 필자가 첫 의사는 아니었고, 이미 여러군데 의원을 돌아다녔는데 약을 먹어도 별로 소용이 없다면서 필자가 동네에 새로 온 의사라고 해서 한번 와봤다는 것이다. 진찰을 해보니 딱히 두드러진 소견은 없었는데 며칠 전부터 머리가 욱신욱신 쑤시고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는데 필자가 자세히 물어보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양쪽 어깨가 두드려 맞은 듯이 쑤시고 아프고 이에 더해서 양쪽 엉덩이도 쑤시고 아프다가 이제는 두통까지 생기게 되었다는 병력이었다.

 

 

병 중에서 어깨가 아픈 병이 매우 많은데 두 어깨가 동시에 아픈 것은 그리 흔한 질환은 아니다. 또한 양쪽 골반 관절 부위가 아픈 병도 그리 흔하지 않은데 하물며 양쪽 어깨와 양쪽 골반 관절이 동시에 다 아프다는 것은 꽤 드물다고 봐야 한다.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받았다는 약을 보니 대부분 소염진통제들이어서 아마도 그냥 몸 전체가 아픈 몸살로 보고 진료를 했을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아무리 확인을 해보아도 이 분이 아픈 곳은 두통을 제외하면 정확히 어깨와 골반이었고 다른 곳은 그리 아픈 곳이 없었다고 한다.

 

 

필자가 짚히는 바가 있어 머리를 잘 만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두통이 있다는 측두부를 만져보니 측두 동맥이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비후되어 있었다. 이제서야 진단의 실마리를 잡았던 것이다. 자세한 확인을 위해서 혈액검사를 보내고 검사를 기다리기 전에 급한대로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는데 환자가 피검사 확인을 위해서 3일 후 내원했을 때는 두통과 몸의 통증이 씻은듯이 나았다며 매우 기뻐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질환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질환명은 이미 제목에서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통’이라고 소개를 했기 때문에 답은 나와 있지만 의대생을 대상으로 의대에서 강의하는 것도 아니면서 신문 독자들께 이런 드물고 이름 조차도 복잡한 질환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환자가 자신의 질환의 진단을 찾도록 의사를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다.

 

 

이 환자가 필자를 도와 준 결정적 이유는 그냥 몸이 다 아프다고 한 것이 아니고 정확하게 양쪽 어깨와 양쪽 골반 부위가 아프다고 해 준 것과 그 후에 생긴 두통이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까지 알려주었다는 사실이다. 독자들도 생각해보시면 알겠지만 그냥 몸이 아프면 짜증이 나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 아프다고 하지 자세히 아프고 안아픈 곳을 의사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