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그냥 약속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약속을 했을 때는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예의이고 매너가 아닐까? 물론,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서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없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조금이 아니라 너무 무례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은 아니다. “제가 00일, 00시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예, 그럼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한 것은 약속이었다. 내가 원해서 하는 약속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것을 알기 위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어떤 사람을 기다리다 연락해 보면, “제가 깜빡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안 되고 00날, 00시에 찾아뵙겠습니다.”라는 대답, 그럴 때마다 ‘또 기다려야겠구나.’ 라는 생각, 그렇다고 그 날짜에 다시 나타나느냐? 절대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오늘 시간이 나서 왔어요.”라고 한다. “제가 시간이 안되는데요.”라고 하면, 나를 쳐다보는 그 눈길은 “그래도 네가 어쩌겠어, 여기에 내가 있는데.”라는 얄궂은 표정이다.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나가야 합니다.”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온다. 지금 나를 기다리는 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그러니 섭섭해도 어쩔 수 없는 일.
우리는 늘 약속을 한다. 그리고 늘 기다려야 한다. 가끔 내가 그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시간을 말하면, “내가 그 시간엔 안 되니까. 제시간에 맞춰줄 수 없나요?”라고 한다. “죄송합니다. 그 시간엔 제가 다른 분과의 약속이 있어서 안 됩니다.”라고 했더니, “그 사람과의 약속을 다른 날로 정하고 저를 만나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엉뚱한 말을 듣는다. 여러분, 이럴 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내 것은 중요하고 남의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닐까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어려운 이웃 돕기’를 하겠다고 약속했기에, 봄 행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좀 이른 편이지만, 내가 내 입으로 한 약속이기에 지켜야 한다. 이것저것 궁리하며 누군가에게 말했더니, “또 하세요? 그것도 만만치 않은데요.”라고 한다. 물론 만만치는 않겠지만, “네, 제가 봄과 가을에 한다고 약속했는데 해야지요.”라고 하자, “그럼 또 준비하셔야겠네요.”라고 한다.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하면, 가정의 달 5월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었는데. 날짜가 앞당기게 되었다. 마침 어느 어르신께서 40파운드나 되는 쌀 20포를 후원해 주셨기 때문이다.
나눔은 마음이다. 어르신이 나누고 너와 내가 함께 하는 나눔의 마음, 우리는 그것을 실행하며 이웃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 “요즘 쌀이 없어 굶는 사람도 있나요?”라고 누군가가 묻는다. 이런, 젠장, 아무리 그래도 쌀이 없어 굶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쌀 한 포라도 커다란 위안을 받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창피하게 그런 걸 왜 받나요?” 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것은 슬픔도 괴로움도 창피할 일도 아니다. 조금 덜 가졌다 할 뿐이지 불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창피하면 그대는 그냥 그렇게 사시오.”라고 할 뿐이다. 그러나 그런 말보다는 “예,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쌀이 떨어져 가는데 마침 잘 되었네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입으로 뱉은 말 한마디는 아주 귀중한 것이다. 아무리 별 의미 없이 내던진 말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기 힘들다. 내가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약속을 깨 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유는 그 소중한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에도 쌀과 라면 주는 행사를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예. 이번 주에 합니다. 잊지 말고 오세요.”라고 하자 “헤헤, 그렇게 주시면, 한동안 걱정 없이 살아요. 정말 고맙다.” 라는 인사를 벌써 받았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까짓 쌀 한 포. 라면 두 상자가 뭐 그리 대수일까마는 커다란 선물은 아니지만, 함께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큰 행복일 것이다.
*** 주위에 어려운 이웃이 있으시면,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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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 봉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