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구 및 통계 자료에 의하면 60세 이상 인구의 약 5-7%에서 치매가 시작된다고 한다. 알쯔하이머 학회의 보고에서도 85세 이상의 고령 인구 가운데 둘 중 한 명이 바로 치매 환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리고 있다. 치매는 뇌의 과도한 퇴행성 변화로 생긴다는 사실을 감안해본다면 이 숫자들은 사회가 고령화 되어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가운데 하나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오래 살게된 덕분에 나타나는 역설적인 어두운 이면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치매란, 다름아닌 뇌의 인지기능 장애로 기억력 저하 및 행동 변화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문제로 나타나는 증상들의 집합체이다. 즉 치매는 질병이 아닌 증후군이다. 치매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들은 흔하게는 50가지, 많게는 250여 질환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알쯔하이머 병으로 ‘알쯔하이머 치매’라 하여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알쯔하이머 병에 대한 기존의 의학적인 방법이 아닌 대체 의학적인 치료법이 많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아주 유명한 치매 환자에 대한 침치료 연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침에 대한 대표적 연구 방법으로 뇌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흔히 ‘fMRI’라고 불리우는 뇌 촬영 기법을 응용해 왔다. 2012년 최초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침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가 발표되었으며, 그 후속 연구로 2014년 ‘PLoS ONE’이라는 저명한 저널에 침치료로 기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한부분인 해마의 활동도가 조절된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실험에서 사용한 혈자리는 ‘사관’으로 불리며 한의사들에게 가장 애용되고 있는 합곡과 태충혈을 치료점으로 사용하였다. 합곡은 기를 다스리고 태충은 혈을 다스린다고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 의하면 “수양명 대장경의 합곡은 상반신을 다스려 양을 조절하는 자리로, 족궐음 간경의 태충은 하반신을 다스려 음을 조절하는 자리”로 , “사관을 한꺼번에 잘 치료하게 되면 인체 음양을 모두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다. 사관은 모든 침치료의 기본 포뮬라(Formula)로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관에 대한 자극으로 해마에 분포하고 있는 뇌회로의 활동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증명하였다. 또한 2016년에 발표된 한 임상연구에서는 더 나아가 침치료가 기존의 약물치료보다 매우 우월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하였다. 앞으로 더욱더 정제된 침치료 방법이 소개되어지겠지만, 일단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침자극으로 퇴행성 뇌질환인 알쯔하이머 병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