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여성환자가 극심한 안면 부위의 통증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몇 개월 전부터 수시로 왼쪽 얼굴 부위에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기 시작 하였다고 한다. 통증은 발작적으로 나타나며 보통 하루 수 회에서 수 십 회 이상 생기는데 그때마다 수초에서 길게는 수분에 걸쳐 고통이 지속된다고 하였다. 밥을 먹을 때나 물을 마실 때에 유독 더 아프다고 하며, 최근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찬공기에 노출될 때도 통증이 유발된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순간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감각이 생길 때도 있다고 하였다. 환자는 자신의 안면 통증이 아이를 낳는 고통보다도 심하다고 말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엄살을 부린다고 하여 더욱 우울하고 힘들다고 말하였다.
본 환자의 증상은 신경통의 일종으로 뇌에서 나오는 열 두 쌍의 뇌신경가운데 하나인, 얼굴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이라는 다섯 번째 뇌신경의 문제이다. 삼차신경이라는 이름은 말그대로 가지가 세 개가 있다하여 부쳐진 이름으로, 보통 두번째와 세번째 가지가 잘 침범되어, 그 분포 영역인 뺨이나 아래턱 등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흔히 “삼차신경통(trigeminal neuralgia)”이라고 한다.
삼차신경통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특발성 삼차신경통과 특정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이차성 삼차신경통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환자의 약 5-8%의 경우 삼차신경이 나오는 부위와 이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 구체적으로는 뇌종양, 뇌동맥류, 다발성 경화증, 외상 등과 같은 이차성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본환자의 경우 위와 같은 구조적 원인을 감별해내기 위해 뇌와 뇌혈관에 대한 촬영, 즉 뇌 자기공명술 및 자기공명 혈관조형술을 시행하였으며, 검사결과 어떠한 이차적 원인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본 환자의 치료로는 먼저 약물치료가 시행되었으며 다행히도 소량의 약물로도 환자의 통증이 효과적으로 조절될 수 있었다. 보통 삼차신경통은 완치가 가능한 신경통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외과적인 미세혈관 감압술이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을 고려하기전에 보통 먼저 약물치료를 시행해보며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본 환자의 설명대로 아이를 낳는 고통보다도 심하다고 할 정도로 그 아픔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지만 그 치료에 있어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들이 많이 있으므로, 삼차신경통이 의심된다면 주저할 것 없이 조기에 신경내과 전문의를 찾아볼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신경내과 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 (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571-620-7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