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부위에 발생하는 신경통

52세 여성환자가 한쪽 얼굴 부위의 심한 통증으로 필자를 보러왔다. 환자는 내원 약 2달 전부터 오른쪽 얼굴 부위에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통증은 수시로 하루 수 회에서 수 십 회 이상 생기는데 그때마다 수초에서 길게는 수분에 걸쳐 아픔이 지속된다고 하였다. 특히 음식물을 먹을 때나 물을 마실 때에 통증이 유발되며, 차가운 공기에 노출될 때도 통증이 생긴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순간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감각이 생길 때도 있었다.
본 환자의 증상은 신경통의 일종으로 뇌에서 나오는 열 두 쌍의 뇌신경 가운데 하나인, 얼굴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이라는 다섯 번째 뇌신경의 문제이다. 삼차신경이라는 이름은 말그대로 가지가 세 개가 있다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보통 두번째와 세번째 가지가 잘 침범되어, 그 분포 영역인 뺨이나 아래턱 등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흔히 “삼차신경통”이라고 한다.


삼차신경통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특발성 삼차신경통과 특정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이차성 삼차신경통으로 나눈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환자의 약 5-8%의 경우 삼차신경이 나오는 부위와 이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 즉 뇌종양, 뇌동맥류, 다발성 경화증, 외상 등과 같은 이차성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는 경우 먼저 위와 같은 구조적 원인을 감별해내기 위해 뇌와 뇌혈관에 대한 촬영을 시행해야 한다. 본 환자의 경우도 뇌 자기공명술 및 자기공명 혈관조형술을 시행하였으며, 검사결과 어떠한 이차적 원인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환자의 치료로는 먼저 약물치료가 시행되었으며 다행히도 소량의 약물로도 환자의 통증이 효과적으로 조절될 수 있었다. 보통 삼차신경통은 완치가 가능한 신경통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외과적인 미세혈관 감압술이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을 고려하기전에 보통 먼저 약물치료를 시행해보며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흔히 아이를 낳는 고통보다도 심하다고 할 정도로 그 아픔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지만 그 치료에 있어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들이 많이 있으므로, 삼차신경통이 의심된다면 주저할 것 없이 조기에 신경내과 전문의를 찾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