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이제 제 나이 예슨입니다. 현대인은 평균 수명이 늘어 예슨은 아직 청춘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저승에 늘 한 발을 딛고 사는 느낌입니다. 저는 십년 전에 유방암이 걸렸습니다. 화학요법 키모와 방사선 치료를 받아 한동안 좀 나아지는 듯했습니다만 , 결국엔 몸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지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골수 이식도 받아 보았습니다만 ,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저승사자를 만나야 하는 날이 좀 멀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그런 삶이 되었습니다. 저에겐 사랑하는 아이들이 셋 있습니다. 딸이 하나, 아들이 둘.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눈물이 마르는 날이 없습니다. 남편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상대는 제가 아닌 다른 젊은 여성입니다. 유방암 선언을 받은 후 한 번도 저를 거들떠보지 않던 남편이 아침엔 휘파람을 불며 , 새로운 넥타이를 매고 회사로 가곤 합니다. 얼굴을 마주치는 날엔 출근길에 재수 없다고윽박을 지릅니다. 남들은 암 걸리면 잘도 죽던데, 너는 죽지도 않냐라고 하면서 저에게 핀잔을 준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제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듯한데 ,그 동안 함께 모은 재산이 고스란히 엉뚱한 여자에게 갈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답: 부부관계에 후회가 없기 위해선 열심히 사랑을 하고 , 또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하신 분의 남편은 사랑도 의무도 저버린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군요. 물론 남편도 아내의 오랜 투병에 지쳤겠지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하시니, 아마 간병은 하지 않은 듯합니다만, 역시 환자와 함께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죽을 병에 걸린 사람에게 왜 빨리 안 죽느냐라는 식의 발언은 문제가 많은 발언입니다. 한 때는 사랑했던 연인에게 이제는 사랑도 버림받고 , 마음의 상처까지받게되어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하는 생각을 하면 측은지심이 앞섭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죽으면 부부의 공동재산은 모두 살아남은 배우자에게 갑니다. 남편의 애인에게 재산이 가는 걸 원하지 않으시면 살아계시는 동안 이혼을 해 재산분할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산분할을 동반하는 이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짧게는 일 년 , 길게는 여러 해까지 걸릴 수 있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마음을 다 잡으시고, 힘을 내십시오. 남편은 질문하신 분이 돌아가시길 기다리는 듯 하군요. 환자에게 위로와 용기를 복돋아주는 배우자가 아니라 오히려 빨리 죽기를 바라는 그런 배우자, 또 그런 내심을 드러내는 배우자, 우리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는듯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