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화병 : 틱장애

우리 아이의 갑작스런 이상행동 : 틱장애는 아닐까?

어느날 아이가 대화를 하는 중 갑자기 곁눈질을 흘깃거린다거나,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코를 킁킁대기도 하고, 또 혼자 있는 중에도 자꾸 고개를 까딱 까딱 거리는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매우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보통은 아이가 어디서 이상한 습관을 배워온 줄로만 알고 엄하게 나무라거나 타이르면서 아이의 이상행동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럴 경우 증상은 일시적으로 완화되거나 멈출 뿐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이상행동은 더욱 심해진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의 증상은 점점 악화되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없는 부모의 가슴은 그저 까맣게 타 들어갈 뿐이다.
이렇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빠르게 반복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증상을 의학 용어로는 틱 장애(Tic Disorder)라 하는데 주로 7-11세 사이의 소아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며 보통은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서 2-3배 가량 더 자주 발생한다. 또 통계에 의하면 전체 아동의 10-20%에서 일시적인 틱이 관찰되며, 만성 틱도 약 1%의 아동에게서 발생한다고 하니 틱이란 소아들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할 수 있겠다.

 

틱은 나쁜 습관이 아닌 질병이다

중요한 것은 틱이란 잘못된 습관이 아니고, 순수한 심리질환, 즉 정신병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부모가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틱 장애는 유전적인 요인, 뇌의 구조적인 이상,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이상, 혹은 오장육부에 흐르는 기혈의 불균형과 같은 생리적/기질적 이상이 근본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만약 틱장애를 나타내는 아이의 부모나 주변인들에게 이러한 인식이 부족하게 되면, 틱을 나타내는 아이를 나무라거나 지적하면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아이들의 화병, 틱 장애

보통은 눈을 깜박거리는 것 같은 단순한 증상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시간이 경과하며 한가지 증상이 없어지고 다른 증상이 새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수일 혹은 수개월에 걸쳐 증상이 저절로 없어졌다가 생겼다가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일시적인 틱은 대게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4주에서 1년사이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저절로 소실되는 경우를 ‘일과성 틱장애’라 하는데, 이러한 초기 단계의 틱장애는 증상을 지적하고 나무라기 보다는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고 못 본척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최선의 대책이다. 틱장애 자체는 분명 생리적인 이상에 그 근본 원인이 있지만, 그 병의 기전 이면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포함되어 있어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증상이 명백하게 악화되고, 치료의 예후도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틱은 아이들의 화병 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틱의 증상과 구분

틱 장애는 나타나는 증상의 종류에 따라 근육틱, 음성틱으로 구분을 하기도 하고,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단순틱, 복합틱으로 나누기도 한다. 눈 깜빡거림, 얼굴 찡그림, 머리 흔들기, 입 내밀기, 어깨 들썩이기 같은 단순한 운동틱은 ‘단순 근육틱’으로 분류하고,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기, 다른 사람 만지기, 물건을 던지는 행동, 손냄새 맡기, 남의 행동 따라하기, 자신의 성기 만지기 같은 조금더 복잡한 형식의 움직임을 반복하는 운동틱은 ‘복합 근육틱’이라 한다. 또 코를 킁킁거리거나 침이나 가래뱉는 소리, 기침 소리, 입을 빠는 소리같은 단순한 소리를 반복하는 경우를 ‘단순 음성틱’, 욕설, 남의 말 따라하기, 상황과 관계없는 단어 말하기 같이 언어를 반목하는 경우를 ‘복합 음성틱’이라 한다.

 

틱의 치료와 예후

일반적으로 단순틱은(특히 음성틱) 예후가 좋아 보통 6개월 전후의 치료로 완치가 되며, 복합틱의 경우는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6개월 이상) 역시 대부분(80%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틱 증상이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나타나고 정도도 심해지는 뚜렛증후군으로 넘어가게 되면, 치료기간도 길어지며(1년 이상) 치료의 목표 또한 완치보다는 증상완화와 삶의 질 향상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틱의 증상이 복합성을 띠거나 뚜렛증후으로 진행하는 것 같은 경우, 가벼운 일과성 틱장애인 줄 알았는데 1년이상 지속되는 만성틱의 경향을 띠기 시작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현대의학에서는 틱을 치료하기 위해 증상의 경중에 따라 약물치료, 행동치료, 정신치료를 병행하고, 한의학에서도 탕약치료, 침치료, 상담치료법 등의 여러가지 치료법을 병행해서 사용하는데 문제는 현대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틱장애의 가장 중증이라 할 수 있는 뚜렛증후군 장애 아동이라 해도, 통계적으로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30-40%는 완전한 증상 소실이 가능하고 30%는 증상이 현저히 완화됨, 즉 60-70%는 큰 치료효과를 보이므로 아이가 틱증상을 보인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