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툭툭” 거리는 문소리를 들으며 집주인은 누군가 하여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곳엔 추위에 떨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애절한 눈빛으로 주인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주인은 급하게 문을 열고 강아지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담요로 몸을 덮어주고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런데 강아지는 몸을 녹일 생각도 없었고 음식 먹을 마음도 없는 듯 주인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은 무슨 일인가 하여 강아지를 살펴보니 새끼를 낳으려는 듯 산통을 겪고 있었다. 주인은 따끈한 물을 준비하고 강아지가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자 어미 강아지가 서서히 새끼 네 녀석을 낳았다. 주인은 새끼를 보듬어 주고 어미 강아지에게 음식을 주고 물을 주자 그때야 어미 개는 음식을 먹고 물을 먹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서 태어날 새끼를 낳을 수 없어 가정집에 보호를 요청한 것 같았다. 주인은 그런 강아지가 너무 불쌍해 강아지 가족을 자신이 키우겠다고 하였다. 이제 강아지 가족은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고 굶주리지 않으며 따뜻한 집에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주인과 함께 살아갈 것에 대한 기쁨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끔 유튜브를 보면 주인에게 학대받은 유기견들의 사연을 접할 수 있다. 귀를 잘리고, 다리를 묶고 목을 묶어 장애를 만드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볼 때마다 ‘사람은 정말 악독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낳을 새끼를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린 강아지가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 건강해 보이는 노인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라고 물으니 노인은 허허 웃으며 “일찍이 노인 아파트를 신청했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이 어리석다 보니 이 나이에 이렇게 되었네요.”라는 뜬금없는 말을 하였다. “어르신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은 항상 어리석어서 늘 지난날을 후회하며 산답니다.”라고 하자 “이 나이에 지난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라고 하였다. 노인은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고 홀로 살고 있었다. 아내 없이 홀로 산다는 것이 너무 어려워 아파트에 사는 아들에게 집을 주고 함께 살기로 하였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와 함께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데 어느 날부터 며느리 눈치를 보아야 하고 그러자니 아들도 서서히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툭하면 신경질 부리고 며느리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사는 게 아주 불편해요.”라고 하였다. “그래도 노인 아파트 들어가려며 몇 년 기다려야 하는데요.”라고 하자 “괜찮아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쉼터에서 지내고 있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저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 추운 엄동설한에 아버지가 노숙자로 사는 것을 아들과 며느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 말을 들어서인지 노인의 모습에서 삶에 대해 희망이 없어 보이는 듯하였다. 나는 별안간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괜찮아요.”라고 하기에 라면을 끓여 주자 노인은 허겁지겁 라면을 먹고 있었다, 노인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그동안 마음과 몸으로 허기를 느낀 것 같았다. 노인 아파트 신청서를 작성한 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노인은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어디 가세요?”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남의 사무실에 앉아 있기도 그렇네요.”라는 노인은 길가에서 한참 동안 서 있던 노인은 몸을 웅크리며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인간의 삶이 정말 ‘부초’ 같다는 생각을 한다. 노인이 갈 곳은 어디일까?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까? 그의 몸에서 나오는 힘없는 한숨 소리가 아직도 우리의 귀에 남아있건만, 그는 어딘가로 떠나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갈 곳 없는 어린 강아지는 자신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렸건만, 저 노인은 갈 곳이 있어도 갈 수가 없어 누구의 집 문도 두드릴 수 없었다. “집이 없어서 사서함 주소를 쓰고 있다.”라며 미소 짓던 노인, 이 추운 겨울에 노인이 갈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추위를 피해 쉼터에 몸을 맡기며 자신이 내뿜는 한숨 소리를 들으며 먼저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외치고 싶었다. 아들아! 아들아! 아버지의 한숨 소리를 너는 듣고 있느냐? 추운 저 길가에 서 있는 아버지의 꽁꽁 언 몸을 너는 만져보았느냐? 라고.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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