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그 아이는 “가난이란 너무 힘든 것”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농사짓고,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버는 돈 가지고 어렵게 사는 그 가난이 너무 싫다는 표현이었다. 싫다기보단, 가지고 싶은 것은 많은데, 가질 수 없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학교에서 운동할 때 아이들은 비싸고 좋은 운동복을 입었지만, 자신은 운동복은커녕, 시장 바닥에서 산 싸구려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이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힘들게 일하는 엄마에게 말을 할 수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말할 수도 없고, ‘아디다스’ 운동복이라도 한 벌 입고 싶은데 그럴 여력도 없는 가난이 너무 싫다고 했다.

도대체 아디다스 운동복이 뭐길래 저렇게 마음마저 무거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에게 “너 지금 몇 살이니?”라고 묻자, “저요? 15살인데요.”라고 하였다. “어머니 아버지는?” 라고 하자.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니는 지금 45세예요.”라는 그 아이의 답을 보면서 며칠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아디다스 운동복 한 벌 내가 선물해 줄게.”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아니에요. 그런 부탁드리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그 아이에게 운동복 한 벌 마련해 주기로 하였다. 어린 나이, 특히 그 나이의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때가 아니던가!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은 아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이혼가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디다스 운동복을 한 벌 구하고 보니, 운동화가 마음에 걸린다. “이왕 보내는 것,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 사줄게, 신발 크기가 어떻게 되니?”라고 쪽지를 보냈다. 그러자 “아니에요. 운동복 한 벌도 너무 고맙습니다. 괜찮아요.”라는 아이에게 “신발 크기를 줘 봐. 내 마음 바뀌기 전에”라고 했더니, “어, 어, 어, 치수는요, 어, 어, 어, 255인데요. 어! 정말 괜찮은데요.”라고 쓴 글귀를 보면서 참으로 맑은 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다음 날, “너무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 옷 한 벌과 운동화 한 켤레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 그렇게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가는 우리, 운동화 사면서 아디다스 상의를 몇 개 더 골랐다. 그 아이가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입고 신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이 아이가 나에게 커다란 환희와 기쁨 그리고 행복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사는 거야. 네가 행복하니 내가 행복하고, 네가 기쁘니 내가 기쁘구나! 이제 15세, 나는 그때 어떻게 살았었는가? 교복이 없어 이웃집 언니들의 교복을 얻어 입었고, 신발이 닳을까 걱정되어, 불도저가 밀고 간 흙길에선 운동화를 벗고 다녔고. 찢어진 우산으로 옷을 가리고, 언니들이 메고 다니던 가방을 어깨에 메고, 그렇게 살았다.
아이에게 보내줄 물건을 싸는 손이 조금은 민망스럽다. “또 사셨어요? 저번에도 아기 옷 많이 보내셨잖아요?”라고 말하는 직원의 말을 듣는 게 조금 멋쩍다.
“그래, 우리 돈으로 계산하지 말자, 마음으로만 행복해하자. 가질 수 없는 것을 얻었을 때의 그 기쁨, 우리가 알잖아.”라며 그래도 오지랖 좁은 놈 보다는 넓은 놈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행복이 아니겠니? 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기쁨과 행복은 돈으로 따지고 계산할 수 없는 것, 물건을 보내고 나서 “오늘 물건 보냈어, 아마 열흘이면 받아볼 거야.”라고 쪽지를 보냈더니,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답장이 왔다. “나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하지 마라, 먼 훗날 네가 장성하여 사회생활할 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너의 마음을 베풀어 주면 된다.”라고 했더니, “네, 그렇게 살겠습니다. 그 말씀 꼭 기억할게요.”라고 답장이 왔다.
아이야,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란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고운 마음으로 살다 보면, 너도 나중에 베푸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란다. 나누고 살려무나, 가난한 사람에게 정을 베풀고, 힘겨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그것이 참된 행복을 얻는 삶이라는 것을 알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내가 주었다고 부귀영화를 바라지 말고, 내가 해냈다고 나에게 커다란 명예가 오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말자. 그저 마음으로 행복하다면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니?
아가야! 운동복 입고, 운동화 신고, 넓은 운동장을 냅다 질러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