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학중인 학생들이 겪는 가장 흔한 정신신경학적 문제는 바로 다름아닌 시험 불안증(test anxiety or exam anxiety)이라고 한다. 많은 독자분들이 시험이나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불안이나 긴장감으로 우황청심환과 같은 신경 안정에 효과가 있는 것 등을 찾아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누구나가 짐작하듯이 불안증에는 매우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특별한 상황에 따른 병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상황성 불안증(situational anxiety)이라고 하는데, 이는 매우 흔하여 살면서 누구나가 한번쯤은 겪게 된다고 한다. 시험 불안증도 이러한 상황성 불안증의 한 유형으로, 시험을 앞두고 느끼게 되는 과도한 불안감으로 때로는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이루는 등의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시험 불안증은 대학생들의 학업 성취(academic performance)에 매우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쳐 우울증 및 다른 유형의 불안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2016년 12월 29일자 “PLoS ONE”라는 유명한 저널에 침으로 이러한 불안증을 다스릴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소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의 그라이프슈발트(Greifswald) 의과대학에서 시행된 임상 시험으로 44명의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어진 연구였다. 흥미롭게도 결과에 따르면 좌우 합쳐 10개의 귀에 분포하는 경혈점(acupoints)을 자극하는 침 치료를 시험 전날 받은 학생들에게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시험 전 불안증세가 감소되었으며, 이는 결국 성적의 향상으로 나타나게 됨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특히 경혈점이 아닌 귀볼을 포함한 귀의 여러 부위를 자극하였을 때도 침치료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불안이나 긴장을 해소시키는 상당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남을 또한 보여주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침의 효과가 다름아닌 귀에 분포하고 있는 뇌신경(cranial nerves)을 자극하여 나타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뇌와 뇌신경을 공부한 필자로서도 이는 매우 의미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결과이며 또한 침의 효과에 대한 한 획을 긋는 임상연구가 아닌가 싶어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독자들에게 침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소개하고 싶었다. 사실 이전에도 여러가지 침에 관한 연구들이 있었는데, 이미 불안증에 대한 침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언급한 결과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큰 수술을 앞두고 발생하는 수술전 불안증(preoperative anxiety)에도 매우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도 그 중 대표적인 하나이다. 인생의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과도한 긴장이나 불안감으로 고생하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우황청심원이나 다른 신경 안정제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침치료도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라고 필자는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