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친한 동생이 해외금융계좌 신고문제로 저에게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요. 결혼하며 미국으로 오면서 예전부터 한국에서 직장다니며 꾸준히 부었던 종신보험을 깨지않고 한국에 두고왔는데 이것도 금융계좌로 해석해서 신고를 해야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문제라 아는 회계사님께 소개를 하고 필요한 계좌보고와 세금보고를 끝냈으리라 믿고있었는데 그 동생에게 다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소개한 분 외에도 여러 회계사님께 문의했는데 제시하는 답이 달라서 어느 분의 조언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였습니다. 벌금을 내야한다, 벌금없이 보고만 해도된다 등 회계사님들 의견도 서로 달라서 그 동생의 계좌 종류와 관련 팩트를 종합해서 충분히 들어보고 IRS 가이드라인에 맞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럴 때 영어권에서 흔히 쓰는 “I heard it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라는 표현이 생각났습니다. 엇갈리는 의견이 있을 때는 확실한 정보통으로부터 듣는 것, 특히 이런 경우 관련법이나 당국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것이 웹사이트 지식검색보다 나을 것입니다.
점점 더 많은 한인동포분들이 해외계좌 및 자산보고에 대해 인지하시게 되면서 한국에 자산이 많은 분일수록 걱정이 많으십니다. 보고를 미뤄오신 분들일수록 큰 벌금액과 형사법상 처벌 가능성까지 알게되면서 현 트럼프정부의 강경 이민대응책과 더불어 영주권이나 시민권 따신 것을 후회하신다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법상’의 거주자와 ‘세법상’의 거주자(US Residents)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시면 해외자산보고로 인한 시민권 포기가 얼마나 의미없는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본인이 이민법상으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유학생이나 주재원이라 할지라도 미국에 일정기간 이상 체류할 경우에 미국 내 소득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발생한 근로, 임대, 이자 등 소득 신고와 자산보고까지 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그래서 시민권을 포기하고 완전히 외국으로 이주하실 계획이 아니시면 국적포기 결정에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그 이유야 어떻든 국적포기를 과감하게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그 과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세금이 싫어서 시민권을 포기하는데, 국적을 포기하는데도 세금을 부과하다니 분개할만한 법이죠. 국적포기시에는 크게 이민법과 조세법이 모두 적용되는데요. 국무부에 여권을 반납하고 국적상실증 (Certificate of Loss of Nationality)을 받는 것은 많은 절차 중 이민법 절차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국적을 포기할 때도 세금이 붙나요?”
먼저, 국적포기일 이전 5년 동안 연방정부의 모든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지난 5년간의 평균소득세 납부액이 16만불을 초과하거나, 혹은 순자산 가치가 2백만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국적포기세 (Expatriation Tax)’라는 것이 부과됩니다.
“국적포기 세금 계산방법은?”
국적포기세 계산 방법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세계 모든 재산을 국적을 포기한 하루 전날의 시장가격 (Fair Market Value)으로 모두 매각 처분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여기서 발생한 소득이 비록 미실현된 소득임에도 불구하고, 국적포기자에게는 세금을 징수합니다.
예를 들어 Mr. Kim이란 분이 국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으나 부동산을 몇 개 보유하고 있다고 하죠. 그 부동산을 원래 취득한 가격이 백만달러였고 국적포기일 하루 전날 시장가격이 3백만달러라고 하면, 정부에서는 이 부동산을 국적포기 하루전날 매각했다고 치고 그 양도차액 2백만달러에 대해서 공제액 $693,000 (2016년 기준)을 빼고 남은 금액 $1,307,000에 대해 국적포기세를 부과합니다.
이를 다음 해 4월 15일 마지막 세금보고할 때 IRS 양식 8854를 같이 제출해야 합니다. 이 보고를 하지않으면 연방정부에서 만불의 벌금과 함께 세금을 징수하게 되며, 시민권을 포기하더라도 전세계 소득에 대한 과세 의무는 소멸되지 않죠. 고소득층이나 해외에 자산이 많으신 분들은 더욱 국적포기 결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문화적 특성상 돈 얘기를 터놓고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움될만한 유용한 정보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Horse’s mouth”로부터 정보를 취득하려면 발품도 좀 팔아야 하겠죠. 해외소득 문제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상책인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때로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국적포기가 합리적일 수도 있으므로 이 때는 미리 적절한 계획과 감정을 통해 국적포기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 분야의 전문 회계사나 변호사에게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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