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 여성 L씨는 수 개월전부터 생긴 손의 저림을 주소로 필자를 찾게 되었다. 평소에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관계로 손을 항상 많이 쓰는 편이었고 가끔 손의 저림이 느껴졌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언젠가 부터 손이 가끔 저린 것이 아니라 늘상 저리고 어떻게 보면 통증이라고 느낄 정도라고 했다. 아픈 부위를 물어보니 손목에서 시작해서 엄지 손가락쪽의 손바닥, 그리고 손가락들이 다 저리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 손목에 생길 수 있는 인대나 힘줄의 질환, 관절 질환 등을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대개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게 되는데 이 때 어느 손가락이 저린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손이 저리다고 다 손의 질환이 아니고 때로는 목 디스크에서 오는 증상일 가능성조차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손목 질환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오류를 부르기 쉽다.
어쨌거나 필자는 환자에게 신경전도 검사를 권유하였다. 신경전도 검사를 하게 되면 어느 신경에 병이 났는지 어느 부위에 병이 났는지, 그리고 병의 정도가 어느 정도로 진행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올바른 치료의 시작은 올바른 진단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은 신경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어쨌거나 필자가 직접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한 결과 양쪽 손목에서 정중신경이라는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손목터널 증후군의 소견이 확진되었다.
손목터널 증후군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대로 손목 부위에 있는 터널 모양의 구조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손목에는 팔에서 손으로 나가는 혈관과 신경이 지나가는 터널이 있는데 이 터널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게 되면 이런 증상이 생긴다. 위험요인으로는 여성, 고령, 당뇨, 갑상선 질환, 임신, 폐경, 신장투석 등에서 많은 경향이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단지 손을 직업적으로 혹은 가정일로 많이 쓰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증상은 위에 언급했듯이 손의 저림이나 손목의 통증이 주가 되는데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지고, 환자에 따라서는 잠을 이루지 못해서 일어나서 밤 중에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수도물을 틀고 손을 대고 있는 경우도 생긴다.
치료는 손목에 대는 보조기를 밤에 착용하고, 소염제나 신경증상을 완화 시키는 약물을 복용하며, 손목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주가 되며, 필요에 따라서 주사요법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환자에 따라서는 거의 완벽한 통증 회복을 가져오기도 한다. 만약 보존적 요법이 다 실패할 경우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손목의 질환도 삶의 질을 형편없이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이런 질환을 가지고 계신 환자가 있으시다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