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서 손발 저림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학적인 원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겠다. 필자가 지난 시간에 강조하였듯이, 의학적으로 손발 저림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들은, 일반에서 흔히 알고 있는 “혈액 순환이 안되어서” 또는 “혈액 순환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신경계(nervous system)의 문제, 즉 뇌(brain)-척수(spinal cord)-말초신경(peripheral nerve)과 관련된 이상으로 생긴다고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손발 저림 증상으로 필자를 찾아온 67세 여성환자의 이야기를 해왔다. 흥미롭게도 이 여성 환자의 경우 다양한 신경학적 원인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이상감각(abnormal sensation)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환자의 손발 저림 증상이 여러가지 종류의 감각 이상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더불어 다양한 패턴을 띄고 있었기에 임상적인 의심을 가질 수 있었다.
환자의 손발 저림 증상에서, 첫번째로 필자가 알아낸 사실은 환자의 뇌경색(cerebral infarction), 흔히 말하는 중풍 또는 뇌졸중(stroke)에 의한 편측(좌우 한쪽에서만 나타나는)에서 나타나는 이상감각이었다. 이렇듯 뇌졸중과 뇌졸중 후유증으로 생기는 손발 저림 및 통증의 경우 의학적으로 “중추성 통증증후군(central pain syndrome)” 또는 “시상 통증 증후군(thalamic pain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필자를 찾아온 이 67세 여성환자의 손발 저림 증상에는 중추성 통증증후군 외에도 여러가지 신경학적인 원인이 있음을 의심할 수 있었다. 환자의 경우 저린 증상이 시작되었을때는 오른쪽의 팔다리에서 시작하였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편에서도 저린증상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최초의 환자 오른편에 발생한 이상감각에 더불어 왼편 또는 오른편과 왼편 모두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어떠한 신경학적 문제가 더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체의 양쪽 부위에서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신경학적 이상의 원인은 척추(spine) 속을 지나는 신경의 다발인 척수(spinal cord)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팔과 다리를 모두 포함하여 동시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경추(목뼈, cervical spine) 부위를 통과하는 척수의 문제를 꼭 감별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신경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뇌로부터, 이 바로 아래 위치한 경추 부위 척수에는 양팔과 양다리로 내려가는 신경다발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추부를 통과하는 척수에 이상은 흔하게 양팔다리의 이상 감각을 발생시키며, 심할 경우 양측 팔다리의 운동기능이 마비되어 심각한 상황에서는 사지마비(quadriplegia)가 초래될 수도 있는, 간과해서는 안되는 신경학적 원인이다.
필자를 찾아온 이 여성 환자는 곧바로 경추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받았으며, 그 결과 필자의 의심대로 자기공명영상에서 환자는 경추부의 신경다발이 내려가는 공간이 좁아진 경추 협착증(cervical stenosis)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환자의 경추 협착증은 환자의 양쪽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두번째 원인임이 분명하였다. 불행중 다행으로 환자의 협착증의 정도는 심하지 않아서(mild degree),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 그냥 지나쳤다면 가까운 미래에 환자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되었을 분명한 상황이었다. 지면 관계상 다음주에 이어서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겠다. *신경내과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703-277-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