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여러가지 신경학적 이유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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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손발저림을 일으키는 흔한 신경학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지난 칼럼에서 손발이 저리다는 이유로 필자를 찾아온 67세 여성환자의 경우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필자는 환자의 이야기만을 듣고, 환자의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원인이 여러가지 매우 다양한 신경계의 이상일 거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필자가 생각한 이 여성환자의 손발 저림의 첫번째 원인 중의 하나는 인체 신경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머리, 즉 뇌의 이상이다. 환자의 경우 일반에게 중풍으로 알려져 있는 뇌혈관 질환(CVA, cerebrovascular accident)을 먼저 의심할 수 있었는데, 뇌혈관 질환이야 말로 매우 흔히 손발저림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신경계 질환 중의 하나이긴 하나, 중풍하면 반신불수, 반신마비 등을 떠올리며, 일반에게 쉽게 간과되어 지기도 한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뇌졸중(Stroke)이란, 뇌혈관 더 정확히는 뇌조직 또는 뇌 신경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cerebral artery) 또는 작은 소동맥(arteriole)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갑자기 막히거나 터짐으로서, 일정시간 동안 뇌세포나 뇌조직에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못하여 신경세포가 죽게되어 생기는 것으로, 우리는 흔히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경우를 뇌경색(cerebral infarction), 뇌혈관이 터져 생기는 경우를 뇌출혈(cerebral hemorrhage)이라 부른다. 어떤 위치의 뇌조직이 손상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들이 발생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증상중의 하나가 뇌의 감각(sensory)을 담당하는 영역이 침범 될 경우 생기는 감각 이상 증상(abnormal sensation)이 즉 이 환자의 경우 저리는 증상인 것이다.

다시 여성 환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필자가 이 여성 환자로 부터 뇌졸중을 의심하게 된 몇가지 중요한 정보들을 추려보면, 가장 첫번째는 환자가 과거 뇌졸중을 경험했었으며 현재까지도 뇌졸중이 재발될 수 있는 위험 요인들(risk factors)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며- 뇌졸중의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 고혈압, 고지혈증, 그리고 당뇨를 포함- 또 다른 중요한 단서 중의 하나는 60대 초반에 발생한 환자의 저린 증상이 갑자기 양쪽이 아닌 한쪽의 팔과 다리에서 부터 동시에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환자의 저린감각이 팔과 다리의 통증으로 진행되어 발전되었다는 점인데, 이러한 정보들은 신경내과 전문의(neurologist)인 필자의 신경학적 진단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보자면, 팔다리의 감각을 전달받아 뇌의 신경세포에까지 감각이 전달되는 경로를 보면, 감각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 섬유는 척수(spinal cord)나 뇌의 가장 아랫부위라 할 수 있는 뇌간(brain stem)에서 반대부위로 교차(cross)하여 진행하는 관계로 편측(좌측이나 우측의 한쪽)으로만 전달되어 진다. 그러므로 증상이 한쪽에만 나타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경계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발생했을지 추측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셈이다. 환자의 경우 뇌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통해 뇌의 왼쪽 감각 영역의 오래된 뇌경색(old CVA)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필자의 예상대로 환자에게 발생한 뇌경색의 부위는 뇌의 깊은 곳의 시상(thalamus)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뇌의 시상에 포함된 일부 특정 부분의 병변(lesion)은 신경과의사에게 “시상증후군(thalamic syndrome)” 또는 “중추성 통증증후군(central pain syndrome)”으로 알려진 특유의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경우와 같이 처음에는 감각 이상으로 시작하여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팔다리에 아무 이상 없이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게 된다.

이상으로 필자가 환자에게 붙인 첫번째 신경학적 진단은 뇌경색 후유증(CVA sequelae)이 되었다. 이어서 환자에게 붙여진 여러가지 신경학적 진단명들은 지면 관계상 다음 시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신경내과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703-277-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