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아픈 이유 – 2편

77세의 여성 P씨는 양 손을 통틀어서 7개 손가락 마디의 통증과 부기를 주소로 필자를 찾았다. 주로 손톱 바로 밑의 손가락 끝마디가 부어 있었고 가운데 마디도 붓고 아픈 곳이 많았다. 문진과 진찰, 이전에 찍은 엑스레이를 종합한 결과 역시 퇴행성 관절염이 진단되게 되었다. 필자의 이전 칼럼을 읽은 분은 기억하겠지만 57세의 남성 M씨의 경우는 단 한 개의 손가락 마디만 아팠었고 이 상황에서는 소염제만으로도 상태를 좋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P씨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아픈 마디가 많았고 아픈 것도 수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주치의에게 셀레브렉스라는 관절염약을 이미 받아서 먹고 있는 상태였다. 손가락이 아파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 할 정도가 되었으므로 이제 필자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P씨가 말씀하시길 이제는 수술이라도 받아서 나을 수 있으면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정형외과 의사가 아니니 수술을 해 드릴 수도 없긴 하지만 손가락 마디에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은 수술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필자가 수술하는 의사라고 해도 수술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대부분의 환자들은 P씨와 같이 관절염 약을 먹어보는 것에 치료가 그친다.

 

이런 경우 필자는 작업치료를 권한다. 작업치료는 occupational therapy를 한국말로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럼 일도 안하고 은퇴해 있는 분이 무슨 작업 치료냐고 하실 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설명이 필요하다. 영어로 occupational therapist라고 하고 한국말로는 작업 치료사라는 의료 직업군이 있는데 이 분들은 손가락 관절염과 같은 손의 질환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흔히들 팔다리 아플 때 받는 물리치료랄지,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은 아시겠지만 작업치료사라는 직업은 생소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쉽게 말해서 손과 팔의 물리치료를 전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보시면 된다.

 

여담인데 작업치료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손은 다리와는 달리 여러가지 작업을 한다. 밥을 먹고, 몸을 씻고, 옷을 입고,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등 이런 종류의 행동을 하는 것을 작업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손이 아프거나 팔이 아프면 이런 것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작업치료사에게 운동요법 등의 치료를 통해서 이런 작업적인 활동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필자가 알기로는 한인 작업치료사가 워싱턴 인근 한인 커뮤니티에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대개 환자를 외국인에게 보내드리는데 다행히 말이 통하지 않아도 꼭 필요한 치료라서 그런지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어쨌거나 손의 관절염 치료를 다음에 계속 이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