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의 남성 M씨가 필자를 찾았다. 평소에 건강에 자신을 하고 전혀 아픈데가 없었던 분인데 최근 몇 주간 한 손가락 마디에 생긴 통증 때문에 필자를 방문했다고 했다. 통증도 지난 몇 주간 내내 약간 아픈 정도이다가 최근 며칠 사이에 조금 더 아픈 것 같다고 했는데 실상 통증이 심해서 뭘 못하고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찍 의사를 찾아서 예방적으로 조치를 하고 싶어서 오셨다고 했다. 문진과 진찰을 종합한 결과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단이 되었다.
M씨는 이런 필자의 진단을 듣고 적잖게 놀란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건강을 자신한 사람으로서 퇴행성 관절염 같은 병은 남들이나 걸리는 줄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한 자신에게 이런 병이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려면 최소 70대에서 80대나 되어야 생기는 병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은 무릎 관절염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손가락에도 관절염이 생긴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손가락 관절염으로 진단이 내려졌지만 초기로 보였으므로 일단 엑스레이를 찍는 것도, 주사를 맞아서 치료하는 것도 미루고 일단 집에서 하는 간단한 물리치료를 가르쳐 드리고, 소염제 한 가지만 약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약 2주간 치료한 결과 많이 좋아져서 그 후로는 약을 끊고 잘 지내고 계신다.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약을 끊었다고 해서 M씨가 퇴행성 관절염에서 완치되어 이제 다시는 손가락이 아플일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환자들이 특히 ‘완치’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필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왜 ‘완치’라는 말을 그렇게들 좋아하시는지 문화적 배경을 모르겠다. 환자가 아프면 다 낫는다는 개념인 ‘완치’를 원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암이나 폐렴처럼 때로는 완치가 가능한 병도 있지만 허리 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 하다못해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를 하면서 살아야지 완전한 치료의 대상이 아닌 병들도 있다.
학교 교육이 달라서 그런지 미국인 환자들은 이런 관리의 대상인 질병을 가지고 완치를 논하는 환자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완치를 자꾸 바라는 경향이 있고 이러다보니까 한국에서는 일부 한의원이랄지 건강 식품 회사, 병원 등에서 만성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고 허위 과장광고를 하는 것도 자주 보게 된다.
결국 되지 않는 것을 되게 한다는 사람들은 사기꾼인 경우가 많아서 주의가 당부된다. 하여간 이런 종류의 사기꾼이 있다는 자체가 그만큼 고객이 많다는 이야기이니 환자들이 더 현명해야 하겠다. 다음에는 손가락이 아파서 찾아온 여성 P씨의 이야기를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