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의 남성 K씨는 약간의 당뇨가 있지만 약도 잘 드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며 식이요법도 적극 참여하는 모범환자였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간 손가락이 딱 하나만 아프다고 하시면서 혹시 관절염이 아닌가 걱정하면서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관절염이 손가락 하나만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우 희귀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진찰을 해보니 K씨의 문제는 관절염이 아니었다. 왼손의 약지가 통증이 있는데 보니까 엄밀하게 따지면 손가락의 마디가 아픈 것이 아니고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위에 가까운 손바닥이 아프셨고 그 부위를 필자의 손으로 만져보니 조그만 콩알보다도 작은 결절이 만져졌다. 그리고 환자는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해보라고 하니 통증으로 손가락을 완전히 구부리지 못하고 억지로 구부리게 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구부려지기는 했다. 이제 손가락을 다시 펴보라고 했더니 다시 한번 애를 먹으면서 손가락을 펴셨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이야기다라고 공감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는 손가락 관절염이 아니니 일단 안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목에도 언급이 있듯이 이 질환은 ‘방아쇠 수지’라는 병이고 영어로도 ‘trigger finger’라고 한다. 이 이름은 손가락을 구부릴때 방아쇠를 당기듯이 점점 손가락이 구부려지다가 갑자기 손가락이 탁하고 접혀지는 이 병의 특성에서 기원한 이름인데 이런 현상은 손가락으로 가는 수지굴건이라는 손가락의 힘줄에 염증이 생겨서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긴 힘줄의 염증은 마치 조그만 혹이라도 있는 것처럼 콩알보다 작은 결절로 만져지게 되고 이 결절이 손가락의 힘줄이 통과하는 밴드모양의 손바닥 속의 구조물을 통과하면서 저항이 생겨서 통증을 유발한다.
보통 50대 후반에 많고, 여성에 많으며,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 많은데 당뇨나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은 주사요법에 매우 잘 반응하며, K씨의 경우도 단 한번의 주사로 쉽게 완치될 수 있었다. 다만 직업적으로 손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경우 재발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주사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아 작은 수술이기는 하지만 수술을 요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한 손가락이 아프고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면 관절염보다는 방아쇠 수지라는 병을 의심해야 하고 이런 경우 주사로 잘 치료되니만큼 통증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